[오락가락 오피스텔 정책] '수십대 1' 청약경쟁률의 함정

한사람이 중복청약 가능
투기꾼들이 거품 만들기도
  • 등록 2014-05-12 오전 6:01:50

    수정 2014-05-12 오전 6:01:50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2007년 청약경쟁률 최고 4855대 1을 기록하며 ‘로또텔’이란 별칭을 얻었던 ‘송도 더프라우’ 오피스텔. 청약 대기자들이 밤샘 줄서기를 할 정도로 열풍이 불었지만, 이 오피스텔은 계약 후 웃돈이 붙지 않아 계약 해지가 속출했다. 현재도 일부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

2012년 분양된 강남의 A오피스텔. 최고 경쟁률이 50대 1을 넘어섰지만, 초기 계약률은 50%대에 머물렀다. 비슷한 시기 세종시에서 분양한 B오피스텔은 평균 경쟁률이 50대 1을 넘어섰을 정도로 인기였다. 그러나 현재 중형은 분양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청약 경쟁률에 허수가 많은 오피스텔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최근 시장 분위기가 주춤해지면서 예전처럼 청약이 과열되진 않지만, 여전히 아파트보다 경쟁률이 높다. 이는 오피스텔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중복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한 사람이 하나의 단지에 여러 개의 오피스텔을 동시에 청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피스텔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보통 (투기)꾼들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여러 구좌에 한꺼번에 청약을 넣어 거품을 만든다”며 “경쟁률이 높으면 일반 투자자들은 검증된 사업장으로 인식하고 매매에 나서기 때문에 작의적으로 청약이 과열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중복청약이 가능한 것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돼 있기 때문이다. 분양에 관해서도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다. 이 법률에는 오피스텔의 공개 모집과 공개 추첨, 분양대금 분납에 관한 규정 등만 담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주택법을 적용받고 있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청약시 다양한 제약이 따른다.

오피스텔은 청약률과 계약률에 대해 공개된 정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공동주택과 달리 인터넷 청약이 의무화되지 않아 사실 확인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최근 오피스텔도 관련 제도를 일원화하는 등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정부가 일부 불법을 방조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어떤 식으로든 수익형부동산이란 이름아래 불법·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는 부분을 제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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