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아웃도어]'등산복 반값할인'에도 손님 없어 한산

(르포)가을 초입 북한산 가보니..
산밑 아웃도어 매장..파격 할인에도 안 팔려
업체들 "손해봐도 고객 접점ㆍ홍보 효과 커"
대형화 매장 특화전략 구사..상품구색 강화
  • 등록 2013-10-10 오전 6:00:00

    수정 2013-10-10 오전 9:52:51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하루 종일 팔아봤자 ‘장갑’ ‘모자’ ‘핫팩’이나 ‘티셔츠’ ‘등산용 스틱’ 몇 세트 뿐이니 죽을 맛이죠. 손님은 없는데 매장은 우후죽순 생기고 매일 스트레스만 쌓입니다.”

지난 5일 토요일 오전. 서울 진관동 북한산성 등산로 입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가을 단풍은 아직 이르지만 주변은 등산객들로 북적댔다. 반면 일대 아웃도어 점포들은 비교적 한산해 보였다. 가을 맞이 특가전이나 이월상품 파격할인 현수막을 내걸은 상점은 손님이 몰리는 듯 보였지만 구경만 하다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가을철 등산 시즌이 돌아왔지만 등산로 입구 아웃도어 산밑 매장들은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 등산로 입구에 쭉 늘어선 유명 아웃도어 매장들은 ‘파격세일’ ‘한정특가’ 등 팻말을 내걸고 세일이 한창이었지만 대부분의 매장에는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근처 아웃도어 매장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주말에는 손님이 그나마 있는 편이지만 평일에는 파리만 날린다”며 “시간제 아르바이트 직원인데 돈 받기 미안할 정도다”고 말했다.

‘가을세일’ ‘이월특가’에도 안 팔려=가을 맞이 용품대전을 진행하고 있는 네파 매장에서는 경량다운 점퍼가 최대 50% 반값에 팔리고 있었다. 고어텍스 재킷은 40% 세일 표시가 붙어있었다.

센터폴 매장 2층의 상설할인 코너에서는 아웃도어 의류들이 일반 매장보다 최대 70% 쌌지만 손님들은 없었다. 인근의 잭울프스킨 매장도 한산했다. 등산화 할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관심을 보이는 등산객은 많지 않아 보였다.

K2 매장 앞 가판대에는 등산화 보상 판매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10만원대 미만의 ‘반값 등산화’가 수두룩했다. 다운점퍼는 20만원대, 60만원대 고어텍스 재킷도 30만~40만원가량 가격이 뚝 떨어졌다.

또 다른 매장 한 관계자는 “사실 손님이 많지 않다”면서 “그런데도 워낙 아웃도어 매장이 성업 중이라 각 브랜드마다 경쟁적으로 직영점을 내고 영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일부 등산객은 매장마다 50% 할인을 하고 있지만 선뜻 구입하기엔 가격이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등산을 마친 한 등산객은 “할인 폭이 크지만 티셔츠 한 장만 샀다”면서 “세일을 해도 가격이 절대 싼 게 아니다. 정가 자체가 지금보다 40% 정도는 낮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격전지된 북한산..대형매장 30여개 즐비=주차장입구에서부터 북한산으로 들어가는 500여m 등산로 입구에는 ‘라푸마’ ‘살로와’ ‘센터폴’ ‘노스페이스’ ‘레드페이스’ ‘K2’ ‘네파’ ‘잭울프스킨’ ‘블랙야크’ 등 30여개의 매장들이 늘어서 거대한 아웃도어 타운을 형성하고 있었다. 국내 유명 브랜드는 물론이고 아크테릭스, 마모트 등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가의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줄줄이 매장을 냈다.

특히 청계산 도봉산 관악산 일대에서 자주 보이는 소규모 매장 대신 유독 2층 규모의 100평 이상 대형 단독매장들이 눈에 띄었다.

가족과 함께 온 주부 이경화(37·서울 서초)씨는 “북한산성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국내에 있는 아웃도어 메이커는 모두 매장을 열어놓은 것 같았다”면서 “너무 많아서 산에 왔는지 시장에 왔는지 헷갈릴 정도다”고 아쉬워했다.

아웃도어 패션 매장이 늘면서 소소한 재미도 사라졌다. 주말이면 서울근교의 산들은 하나씩 찾는다는 강구현(62·서울 양천)씨는 “하산길에 막걸리 잔을 기울이던 단골가게들이 많이 사라졌다”며 “옷 사러 산에 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이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박준명(54)씨도 “산에 오면 차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는데 너무 화려해 그런 기분이 안난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 북한산 초입 주변 소형 주점이나 식당 등은 2년 전보다 절반으로 줄었고, 임대료도 두 배 이상 뛰었다.

“손해봐도 괜찮아”..광고효과↑=광고 효과가 높아 등산로에 매장을 연다는 게 아웃도어 업체들의 중론이다. 또 등산을 즐길 줄 아는 일부 마니아층의 특화된 마케팅도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고도 했다.

대부분 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많은 고객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도심 매장과 차별된 운영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등산로 매장은 도심 매장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꾸며진다.

LG패션 라푸마는 2009년 지리산에 매장을 연 데 이어 2010년 말에는 북한산 등산로 입구에 신규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해엔 청계산에 매장 문을 열었다. 특히 지상 1~2층, 약 495㎡(150평) 규모인 라푸마 북한산 매장은 카페가 있는 게 특징. 산을 매주 찾는 단골고객에게 특화된 마케팅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 직영점인 ‘북한산성점’도 3층 규모로 매장을 내고 북한산을 오르내리는 많은 등산애호가들에게 친숙한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라푸마 측은 “조용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상담을 하면서 알맞은 의류와 장비를 구입할 수 있어 단골 고객이 많은 편”이라며 “등산로에 입점한 매장들은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등산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로서 다소 매출이 줄더라도 신뢰감을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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