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중대형 아파트를 기피하는 분위기인데 세금 감면도 받을 수 없으니 누가 집을 사려고 하겠어요. 집주인이 대부분 나이 많은 은퇴자들인데 매달 만만찮은 담보대출 이자를 내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H공인 관계자)
정부가 8·28 대책을 통해 내놓은 주택 취득세 영구 감면안에 대한 서울·수도권 일대 주택시장의 반발이 거세다. 다주택자 차등 세율 폐지 등 일부 파격적인 방안을 담았지만 집값이 많이 떨어진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 상당수는 세금 감면 혜택에서 소외돼서다. 이에 따라 고가 전세 세입자들을 매매로 돌리겠다던 정부가 자금력 없는 서민에게만 대출을 권장하고 정작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들을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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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이다. 취득세율이 현행과 같은 2%로 유지돼 세금 감면 혜택을 전혀 못받게 된 것이다. 지난 6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 세율이 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세금 부담은 오히려 두 배가 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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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신천동 J공인 관계자는 “중산층 수요가 많은 6억∼9억원대 주택이 취득세 인하 대상에서 빠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썰렁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경기도와 인천 주요 지역 중대형 아파트 주인들도 울상이다. 대부분의 집값이 6억∼9억원대로 취득세 감면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집을 팔기가 더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6억∼9억원대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분당신도시(2만3035가구)로, 전체의 26%가 취득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경기도 용인시가 1만593가구(5.3%)로 뒤를 이었다. 분당 서현동 서울공인 김관호 대표는 “중대형은 지금도 시장에서 찬밥신세인데 취득세 혜택 대상에서도 빠져 이중고를 겪게 됐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도 받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특정 가격대의 1주택 보유자가 누리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중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하우스푸어의 퇴로를 열어주고 구매력 있는 전세 거주 중산층의 매매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취득세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지금 시장에서는 전·월세 뿐만 아니라 수면 아래 잠복한 하우스푸어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거래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취득세 감면의 기준이 되는 금액 선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9억원 이하 1%, 9억원 초과 2% 선으로 조정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