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또 유럽위기 우려에 하락..다우 0.4%↓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우려 지속
주가 3개월만에 월간 하락세로 돌아서
  • 등록 2010-12-01 오전 6:31:41

    수정 2010-12-01 오전 6:31:41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가 30일(현지시간) 거래를 하락세로 마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정위기 우려가 지속되며 주요 지수를 또 다시 끌어내렸다. 부유층 감세 연장 타협 가능성이 제기되며 장 중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 매물이 다시 쏟아지며 결국 약세로 장을 마쳤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46.47포인트(0.42%) 하락한 1만1006.02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6.99포인트(1.07%) 내린 2498.23을,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7.28포인트(0.61%) 떨어진 1180.48을 각각 기록했다.

아일랜드의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10주만에 처음으로 장 중 1.30달러를 하회했다. 또 채권시장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스프레드는 사상최대로 확대됐다.

이같은 우려로 인해 유가를 비롯한 주요 상품 가격이 일제히 하락한 점도 주식시장에 부담을 더했다.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5개월 최고를 나타내고, 11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가 7개월 최고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지표는 대체로 개선됐지만 주가를 반등시키지는 못했다.

오후 들어 부유층 감세 연장 타협을 시사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언이 전해지자 주요 지수는 낙폭을 줄였고, 다우 지수는 한 때 강보합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다음 표적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확산되면서 금융주를 중심으로 다시 매물이 집중됐다.

결국 주요 지수는 장 막판 매물을 견디지 못하고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다만 장 중 다우 지수가 100포인트 넘게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낙폭은 상당 부분 축소했다.

◇ 주요 지수 3개월만에 첫 월간 하락

이날 주가 하락으로 인해 뉴욕 증시는 3개월만에 처음으로 월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우 지수는 이달 1%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는 각각 0.4%, 0.2% 빠졌다.

주식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기대감을 반영하며 2개월 연속 랠리를 펼쳤지만, 11월에는 유로존 재정위기, 한반도 긴장 고조 등 해외발 악재가 겹치며 8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 위키리크스 여파? 은행주 일제히 하락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블루칩 가운데 20개가 하락했다. BoA, 프록터앤갬블(P&G), 화이자 등이 1% 넘게 빠지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업종별로는 은행주의 약세가 두드려졌다. 25만여건의 미국 외교 전문을 공개해 전세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샌지 대표가 전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초 미국의 한 대형은행과 관련한 수만 건의 문서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한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어샌지가 지난해 컴퓨터월드와의 인터뷰에서 "BoA 임원의 5기가바이트(GB) 분량의 하드 드라이브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던 사실이 다시 주목을 받으며 BoA의 주가는 3.18% 빠졌다.

다른 대형 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각각 1.97%, 1.85% 하락했다.

기술주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구글은 온라인 할인업체인 그루폰을 50억~6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소식에 재무 부담 가능성이 제기되며 4.54% 밀렸다.

이베이는 파이퍼제프레이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한 여파로 3% 넘게 하락했고, 시게이트테크놀러지는 사모펀드와의 매각 논의를 중단했다는 소식에 3%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전일 대체로 약세를 보였던 소매유통주는 소비자신뢰지수 상승을 반영하며 일제히 강세를 기록했다. 월마트, 로우스, 노드스트롬, 메이시즈, JC페니 등이 1% 안팎 올랐다.

◇ 경제지표 개선..소비자신뢰지수 5개월 최고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소비자신뢰지수는 5개월 최고를, PMI는 7개월 최고를 각각 기록했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54.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 53도 웃돌았다.

또 공급관리자협회(ISM) 시카고 지부가 발표한 11월 PMI는 62.5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전월대비 하락을 예상했으나 오히려 상승하며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미국의 20대 대도시 주택가격이 예상보다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S&P와 케이스-쉴러가 발표한 9월 주택가격 지수는 전월대비 0.8% 하락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의 3배에 가까운 하락률이다.

◇ 오바마, 공화당과 부유층 감세 연장 타협 시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도입된 감세 정책을 연장하는 문제와 관련해 공화당과 타협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과 민주당 의회 지도부와 백악관에서 회동을 가진 후 기자회견에서 "양당 모두 중산층 감세 연장의 필요성에 동의했다"며 "다만 부유층 감세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양당 사이에는 공통 분모가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잭 루 예산국장이 공화당 의원들과 협상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 국민들은 교착상태를 위해 투표하지 않았다"며 "국민들은 협력과 진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부유층 감세 연장에 타협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고, 뉴욕 증시는 장 중 낙폭을 줄이며 상승 반전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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