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모기지를 비롯한 각종 부채를 담보로 발행되는 유동화증권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일명 `콘듀잇(Conduit)`이라 불리우는 이 시장의 문제가 해소되기 전까지 모기지는 물론, 학자금 대출, 오토론 등의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은 물론 경제 회복이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둔화→신용시장 위축 `악순환`
`신용위기→경기둔화→신용시장 추가 위축`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톰슨 로이터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자은행의 유동화증권 발행 규모는 131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 1조달러에서 대폭 위축됐다.
신용위기로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된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업의 유동화증권 매도 압박이 지속되면서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PK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앤서니 램브케 투자담당 헤드는 "미국의 모기지 금융 시스템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라며 "정부의 개입을 포함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은 대출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다수의 은행들은 최근 3개월간 모기지와 홈에쿼티론, 신용카드 등 모든 종류의 대출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美은행, 대출 꺼리기 심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여름 신용위기가 발생한 이후 7개월간 총 일곱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5.25%에서 2%로 끌어내렸지만 지난주 30년 모기지 고정금리 평균은 올봄의 5.89%에서 6.7%로 오히려 상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신용 여력은 더욱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뮤추얼펀드사인 아메리칸 센추리 인베스트먼트의 알레잔드로 아길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주택가격의 추락세가 이어지면서 자금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약이 무효`..정부 대책도 별다른 효과 없어
신용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갖가지 대책도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책 모기지업체 패니매와 프레디맥, 지니매는 올들어 6월까지 올들어 6월까지 692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를 담보로 채권 발행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발행 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지난주 발표된 이들의 실적마저 큰 폭으로 악화돼 금융권의 대규모 모기지를 매입해오던 이들 기관이 `매수자`에서 `매도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모기지 채권의 가격이 더욱 떨어지면서 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제시한 `커버드 본드(covered bond)`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씨티그룹 등 미국 4대 은행이 `커버드 본드` 발행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기초자산인 모기지채권의 질적 가치나 은행이 파산할 경우 처리 방안 등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T. 로웨 프라이스 그룹의 다니엘 쉐켈포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커버드본드가) 올바른 방향이기는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