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출신 뉴욕타임스(NYT) 기자 마이클 와이너리프(Winerip)는 지난 10년간 학교 요청에 따라 모교(母校)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동문(同門) 인터뷰를 해왔다. 그는 그동안 40명을 인터뷰하면서 자기 애들이 언젠가 하버드에 들어가길 원했던 애초 생각이 바뀌었다고 지난달 29일 NYT 칼럼에 밝혔다.
와이너리프 기자가 지금까지 인터뷰한 학생 중 실제로 하버드에 합격한 학생은 단 1명이었다. 올해 미 고3학생은 320만명. 하버드대엔 사상 최대인 2만2955명이 지원했지만 합격률은 9%(2058명)로 사상 최저였다. 결국 그는 지원자 인터뷰를 마칠 때마다 “하버드에 가지 못할, 그러나 엄청나게 뛰어난 학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애초 학교측의 동문 인터뷰 요청에 응한 것도 “애들이 나중에 하버드 진학할 때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 생각은 이미 접었다. 올해 대학 1년생인 첫째 아이는 하버드에 지원하지도 않았고, 고교 1년생 두 쌍둥이는 하버드 합격 점수에 훨씬 못 미친다.
일부 학생은 AP(고교에서 미리 수강하는 대학 과목) 과정 10개 과목을 듣고 모두 5점 만점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하버드 입학’이라는 주변의 엄청난 압력과 기대에 시달린다.
30여년 전 와이너리프는 AP 1과목을 듣고 3점을 받았다. 30여년 전 자신의 고교 숙제는 콩의 싹이 빛을 향해 휘는 특성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와이너리프는 “하버드대에 지원했지만 높은 경쟁률 탓에 거의 다 떨어지는 그 똑똑한 젊은이들을 만나는 건 감동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1970년 하버드에 지원했던 자신이 ‘네안데르탈인’이라면 지금의 하버드 지원자는 완전히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라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