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는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를 결정하다보니 복잡다단한 경제현상을 단순화해 꿰뚫어봐야 하는 이론적 무장이 필수적인데다 이를 바탕으로 연준을 휘어잡고 가야하는 강한 리더쉽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반론과 공격도 우격다짐이 아닌 논리적으로 격파해 나가야하는 숙제도 항상 안고 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연준 의장에 대한 이미지는 대충 이렇다.
불과 A4 용지 반장 분량에 함축적인 경제 용어를 동원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경제를 상징적으로 진단하는 통화정책 발표문이야말로 이같은 이미지를 대표한다. 월가가 연준 의장의 발언 하나 하나를 곱씹어보는 까닭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임 연준 의장이 벤 버냉키 현 연준 의장과 대조적인 경제진단을 내놓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가가 겉으로는 큰 비중을 두려 하지 않았지만 "미국 경제가 올 연말까지 침체기(recession)에 빠져들 수 있다"는 그린스펀 전 의장의 경고에 한쪽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2001년 이후 6년간 지속돼 온 미국 경제의 확장기(expanding)가 끝나가고 있다는 조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미국 기업들의 이익 마진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경기 확장기의 끝물에 와있다는 초기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연준은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서야만 한다.
하지만 버냉키 현 의장은 그동안 "미국 경제는 견조하다"고 거듭 밝혀왔다. 그는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 경기의 연착륙 진입을 자신했다. 또 "연준은 경기 둔화 보다 물가 압력을 더 우려하고 있다"며 금리를 움직인다면 인하 보다 인상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번주중 대중 앞에 두번 선다. 한번은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증언하고, 또한번은 스탠포드대학에서 연설에 나선다. 버냉키 의장의 입장은 변함없겠지만 관심이 또다시 집중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