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이날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APEC 정상회의에 북측 최고 당국자가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는 문제를 미국 등 회원국들과 사전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이미 북측에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며 “그러나 아직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만약 김 위원장이 참석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영남 위원장은 부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까.
◆정부, 올 초부터 추진
정동영 장관은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 “11월 이전에 6자회담이 좋은 성과를 축적해서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이뤄진다면 우리는 부산 APEC에서 탈냉전의 역사적 상상력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움직임들은 긍정적 요소 많아
최근 남·북간에 오간 여러 정황은 실현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남·북 장관급회담 기간 중 정 장관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에게 세 차례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간접 대화에서 뭔가 속깊은 얘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사 어려울 수도
분위기만 갖고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우선 남측에는 김영남 위원장 방한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북한은 이들의 시위 등 반대 행동을 꺼리고 있다. APEC 준비기획단 관계자는 “기술적인 측면만 보자면 김 위원장의 참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환영 행사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시험 기회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제회의에서 특별한 대우는 관례에 어긋난다. 무엇보다 큰 장애물은 북한이 서방 정상들이 주로 참석하는 국제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다른 나라 정상들이 그의 참석을 허용할지도 변수다. APEC정상회의는 무역·투자 등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 김 위원장이 참석하면 회의의 초점이 핵 문제 등으로 옮겨질지도 모른다. 서방 국가의 정상들이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