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2023년 11월 21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북한은 이에 대응해 9·19 군사합의에 따라 지상 해상 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각 복원하는 재무장화에 나섰다. 실제로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병력을 투입,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측 요원들에게 권총을 채웠다.
이처럼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DMZ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다룬 책이 나왔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인 저자가 한반도 정전체제의 성립과 DMZ의 탄생 순간부터 1960년대 DMZ 무장화 과정과 냉전 경관의 형성, DMZ에서의 화해와 체제 경쟁까지 변화해온 모습을 종합적으로 탐구한다.
저자에 따르면 DMZ는 참전국인 영국의 아이디어였다. 미국 다음으로 한반도에 달려온 영국의 내각과 참모부가 중공군 참전에 확전을 막을 방안의 하나로 이를 제안했다는 것. “비무장지대는 자유 진영의 패배”라고 주장했던 미국과 우리 정부의 반대 등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1953년 정전협정을 통해 한반도 DMZ가 탄생했다.
책에 따르면 국내 정치와 국제정세의 물결에 따라 DMZ는 성격을 달리 해왔다. 남북 사이에 훈풍이 불면 교류와 평화의 공간이 되었다가, 북풍이 몰아칠 땐 군사충돌의 전장으로 퇴보하곤 했다.
저자는 70년 역사를 곱씹어 DMZ의 비극을 극복할 지혜를 찾자고 강조한다. 지금 우리는 또다시 반환점에 섰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DMZ의 미래는 어떠한 인식과 정책,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거리두기의 공간에서 벗어나 평화의 광장이 돼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