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소비 줄고 생산자물가도 하락…연착륙 시나리오 현실로

10월 소매판매 0.1%↓…7개월 만에 역성장
대출·신용카드 이자 늘고…지갑닫는 소비자
휘발유값 하락에…PPI도 0.5% 깜짝 하락
  • 등록 2023-11-16 오전 3:58:09

    수정 2023-11-16 오후 7:28:18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경제가 점진적으로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뜨거웠던 소비가 한풀 꺾인데다 소비자물가(CPI) 둔화에 이어 생산자물가(PPI)지수가 하락하는 등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바라는 연착륙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소매판매는 7050억달러로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미국 경제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던 소비가 식어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월가 추정치(-0.3%)보다는 감소폭이 적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2.5% 늘었다.

소매판매가 역성장한 것은 가격하락에 따라 휘발유 판매가 줄고, 자동차대리점, 백화점, 가구점 판매액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음식점과 술집, 식료품점, 온라인 매출은 소폭 늘었다.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4월(0.4%), 5월(0.7%), 6월(0.2%), 7월(0.6%), 8월(0.8%), 9월(0.9%) 등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미국 경제를 뒷받침해왔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핵심으로,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소매판매는 소비의 변화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연준의 강한 긴축에도 소비가 탄탄하자 지난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연율기준 4.9%에 달하기도 했다.

10월 소매판매 감소는 미국 소비자들이 더 높은 대출 비용으로 압박을 받고 신용카드 부채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잠재적으로 경기둔화가 올 수 있다는 초기 신호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소비자들이 지난 여름 엄청난 속도로 지출을 늘린 이후 4분기 들어 급격하게 소비를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의 장기간 고금리 정책으로 모기지, 자동차대출, 신용카드 등에서 차입비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때 저축액 상당부분을 소진하면서 소비여력이 떨어진 것도 있다.

내셔널와이드 뮤추얼 인슈어런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캐시 보스트얀치는 “여름 이후 소비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연준이 오랜 기간 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위안을 얻게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PPI도 깜짝 하락하면서 최악의 인플레이션 시기가 지났다는 징후를 보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0.1% 상승할 것으로 봤지만, 이보다 훨씬 하락한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3%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7월(0.6%), 8월(0.8%), 9월(0.4%) 등 최근 몇달간 높은 상승세를 이어오다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5월(-0.3%) 이후 5개월 만에 하락이고, 지난 2020년 4월(-1.2%)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하락폭이다.

생산자물가가 하락한 것은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서다. 휘발유가격이 15.3%하락하며 에너지물가지수는 6.5% 하락했다. 생산자물가하락의 80% 이상은 휘발유 가격 하락이 기여했다.

에너지와 식품, 무역서비스 등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2.9% 각각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물가 둔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ING 파이낸셜 마켓의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나이틀리는 “가격 하락 압력은 미 경제 연착륙 스토리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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