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겨냥한 국제 마약 밀수 조직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죄 조직 소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을 비웃기나 하듯 상반기 밀수 적발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325건, 329㎏ 상당의 마약류가 국경 반입 단계에서 적발됐다. 건수는 작년 동기(370건)대비 줄었지만 적발량은 39%나 늘었다. 건당 적발량(1015g)이 1㎏을 넘어서면서 대형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여행자를 통한 밀수와 동남아 국가발 밀수가 급증했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마약 밀수가 급증한 원인은 증가일로의 국내 마약 수요와 유통 채널의 다양화 및 가격 하락에 있다는 것이 전문 기관 분석이다. SNS의 마약 광고가 넘쳐나고 마약류 가격이 10년 전 대비 10분의 1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누구나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으니 범죄 조직이 한국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국회에서 “마약값이 피자 한 판 값이라고 하는데, 펜타닐은 만원 대”라고 지적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말이 뒷받침하듯 이대로라면 한국은 값싼 마약류의 천국이 될지도 모른다.
UN이 정의한 마약 청정국 기준은 인구 10만명당 마약 사범 수가 20명 이하다. 하지만 한국의 2022년 마약류 사범 수는 1만 8395명(10만 명당 35명, 대검찰청)으로 이 기준을 넘어섰다. 마약과의 전쟁이 느슨해지거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마약 청정국으로 되돌아가기는커녕 마약 천국의 오명을 안게 될 것이 분명하다. 10대와 20대의 마약 사범 비율이 2017년 15.8%에서 2022년 34.2%로 2배 이상 급증하고 군부대와 입시 학원가까지 마약이 파고든 현실은 특단의 대책이 시급함을 알려주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며 현재의 처벌 수준이 솜방망이라고 지적한 답은 88%나 됐다. 마약의 해악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정부는 마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초고강도 대책과 함께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 낼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