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법·정치 학계에 따르면,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한 현행 헌법은 우리 사회의 시대적 변화상을 담아내기에는 ‘낡은 틀’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군정이 종식되고 5년 단임제가 정착된 이후부터는 대통령의 ‘임기’가 아니라 ‘권력집중’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한을 분산시키고 여야 협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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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단위 선거 없는 올해가 개헌 논의 적기
<이데일리>가 법·정치 전문가 10명에게 설문한 결과 이들 모두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한국 정치에 적합한 권력 구조 개편 방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4년 중임 대통령제(4명) △의원내각제(3명) △이원집정부제(2명) △기타(1명) 순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4년 중임제는 5년인 대통령의 임기를 1년 줄이는 대신 한 차례 연임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이원집정부제(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 등을, 나머지 내치(內治)는 총리가 전담토록 하는 절충형이다. 내각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내각을 구성한다.
다만 개헌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시기에 대해서는 ‘타이밍을 놓쳤다’거나 ‘1년 이내 추진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응답이 많았다. 진영 간 대립 심화로 정치권이 개헌을 논의할 조짐이 전혀 없고, 코로나 사태로 국민의 개헌 논의 참여가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강욱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법에 성평등, 환경권 등 새 가치를 담지 못하고 권력 나눠 먹기에 집중한 개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2024년 제22대 총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부칠 수 있겠지만, 현재 관련 논의에 진척이 없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은 힘들지 않겠나”라며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가 사실상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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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전문가 과반은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통한 다당제 안착, 비례대표 의석수 증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여성의 의회 진출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교수는 “전라도는 1번(다수당 더불어민주당), 경상도는 2번(국민의힘)을 찍는 ‘묻지마 투표’가 줄어들 것”이라며 지역구도 완화를 기대했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연임 제한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이준한 교수는 “3선쯤 되면 유권자들도 식상하다고 느끼고 의원들도 기득권화된다”며 찬성했다. 반면 이종훈 평론가는 “입법부가 행정부에 비해 수적 열세다. 의원 한명 한명이 일당백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 분야를 갖춘 다선 의원은 필요하다”고 반대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라리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개헌은 우리 정치사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등장했지만 그때마다 정파들의 이해관계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1990년 3당 합당을 한 노태우 대통령은 당시 김영삼(YS)·김종필(JP) 총재와 내각제 개헌에 합의한다는 각서를 작성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과 2011년 각각 개헌을 주장했지만 임기 후반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지자 내민 카드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개헌안을 발의해 국회 표결까지 이뤄졌지만 야당의 전면 불참에 의한 의결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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