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주52시간제 유연화가 OECD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의 핵심인 유급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연장근로 개편을 사용자와 협의할 근로자대표의 독립성 확보가 최대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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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는 노동시장 개혁 정부 권고문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고용노동부가 출범한 노동시장 개혁 전문가 논의기구로 5개월간 정부가 추진할 임금과 근로시간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주52시간제 유연화로 꼽히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이다. 핵심은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주52시간제는 일주일 기준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구성됐다. 이 중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일주일에서 한 달,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선택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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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연구회는 장시간 노동을 통한 근로자의 건강 훼손을 방지할 조치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월 단위 이상으로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바꾸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을 부여하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24시간(하루)-11시간(연속 휴식권)-1시간 30분(법정 휴게시간)=11시간 30분x6일=6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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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주 단위에서는 연장근로시간을 12시간 활용할 수 있지만, 월 단위에서는 52시간, 분기 단위에서는 140시간(156시간 대비 90%), 반기 단위에는 250시간(312시간 대비 80%), 연 단위에서는 440시간(625시간 대비 70%)으로 제한된다.
OECD 최고 수준 노동시간…유연화가 해법될까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집계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근로시간이 가장 적은 국가인 독일(1349시간)보다 566시간이 길고, OECD 평균(1716시간)보다도 199시간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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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제대로 못 쓰는 현실…“근로자대표 독립성도 확보해야”
그러나 주52시간제 유연화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과로사회’를 벗어나게 할 것이란 기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일가에선 주52시간제 유연화는 법정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논의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무를 운영하는 등 절대 근로시간 자체가 적은데다, 일본이나 독일 등의 연장근로시간 한도도 우리나라보다 적다.
또 연간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휴가의 활성화가 필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연차 소진율은 63.3%다. 이마저도 2019년(75.3%)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미소진 이유로는 ‘업무량 과다 또는 대체인력 부족’(54.8%)로 가장 높았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럽은 총 근로시간 자체가 적은데다, 근로자들도 연장근로까지 하면서 일을 하는 문화도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사용자의 필요가 반영된 제도 개편으로 근로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게다가 유럽은 노조가 합의했기 때문에 유연화가 가능했지만, 우리나라는 노조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법정근로시간을 줄일 수 없었다면, 적어도 유급 연차휴가 일수를 늘리는 등 실효성있고 구체적인 휴가 활성화 방안이 담겨야 했다”며 “또 제도 개편은 근로자대표와의 협의가 핵심이지만, 현재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방식 등 관련 제도가 미비해 이마저도 사용자의 편의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