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부동산 시장에 극심한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시세 대비 수억 원 몸값을 낮춘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거래된 서울 아파트 10건 중 8건이 직전 최고가보다 가격을 낮춰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부동산정보 서비스 플랫폼 직방에 의뢰한 결과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277건 중 최고가는 67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 중 최고가 비중은 24.2%로, 1년 전(70.7%)보다 3배 가까이 줄었다. 최고가는 직전 최고 거래가격보다 크거나 같은 가격을 뜻한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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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비중은 지난해 7월 74.3%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8월에는 25.2%까지 떨어지면서 20%대로 내려앉았다. 10건 중 8건이 직전 최고가 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매매 거래 자체도 크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 7월 이후 1000건을 밑돌고 있다. 7월 642건, 8월 670건, 9월 389건이다. 실제로 최고가 대비 20%가량 값이 떨어진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 7일 19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직전 최고가 27억원보다 28%(7억5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도 지난달 16일 직전 최고가(32억7880만원)보다 6억원 넘게 떨어진 26억76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11단지 전용 51㎡는 지난달 7일 9억8000만원에 계약서를 새로 썼다. 작년 8월 최고가 12억8000만원 보다 23%(3억원) 낮은 가격이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59㎡는 지난달 3일 직전 신고가 14억6500만원보다 21%(3억1500만원)낮은 11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실거래가격이 떨어지면서 호가도 내려가고 있다. 고덕아르테온은 같은 평형대에 10억4000만원부터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의 매도 호가는 18억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최고가(23억8000만원)보다 5억원 넘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절벽 속 급매물 위주 거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추가 금리 인상 우려 등의 여파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됐고 저렴한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두 차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 금리를 0.50%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 연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거래량이 준다는 것은 그만큼 매수자의 거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인데 동시에 최고가율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며 “이는 매수자 수요가 확실히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매수자로서는 비싼 가격을 감내하면서까지 거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