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쟁판 뻔할 국감, "없느니만 못하다" 소리 들어선 안돼

  • 등록 2022-10-04 오전 5:01:00

    수정 2022-10-04 오전 5:01:00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가 오늘 시작된다. 다음 달 3일까지 한 달간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한 783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국정감사는 입법과 함께 국회의 양대 기능이다. 잘만 운영되면 국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는 여야 대치가 극심한 상황에서 열려 본래 취지가 실종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관련된 여야 간 갈등이 원활한 진행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 직전인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은 MBC의 조작 의혹에 휘말린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비속어 사용과 외교 성과 미흡 등을 이유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곧바로 거부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와 관련된 여야 격돌이 국정감사 초반을 압도할 가능성이 커 국정감사는 제 길을 가지 못하고 정쟁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의 야당 압박과 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도 정쟁의 한 축이다. 국민의힘이 성남FC 후원금 비리 의혹 사건 공소장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모자로 적시된 사실을 들어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포함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연이어 부각시킬 게 분명하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 질문지를 보냈으나 문 전 대통령이 수령을 거부한 일도 여야의 첨예한 대립을 부를 것이 뻔하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로 민생경제가 어느 때보다 엄혹한 시기에 국정감사가 정쟁 일변도로 흐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들도 고환율, 에너지 수급난 등으로 벼랑에 몰려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태양광 사업 비리 등 정책 국감의 대상이 될 안건이 수두룩하지만 여야 대치로 시간을 허송한다면 합리적 비판과 대안 제시는 기대하기 어렵다. 잘못된 정책 집행을 바로잡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국정운영을 유도하기도 불가능하다. 여야는 어느 때보다 커진 정치 불신과 경제난을 직시하고 “없느니만 못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국감의 내실을 높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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