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분위기는 한마디로 이렇다. 그동안 계양구는 인천 내에서도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 표밭으로 분류된 곳이다. 하지만 이번엔 대통령 선거 주자로 뛰었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면서 그 기류가 달라졌다. 보궐선거 승패 여부를 떠나 선거 ‘성적표’에 따라 이 후보의 정치적 생명도 걸려 있다. 이 후보가 차기 대권 가도를 달리느냐, 벼랑 끝에 내몰리느냐 갈림길에 섰다.
|
계양을 보궐선거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서울 시장 출마로 공석이 되면서 열렸다. 계양을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세가 강하다. 지난 대선을 보면 이 지역은 이 후보에게 52.2%의 지지를 보내며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43.6%)보다 8.6%포인트 앞섰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갑·을로 분구된 이후 2010년 보궐선거(한나라당 승리) 때만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계열 정당이 내리 승리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정치 전면에 복귀하고,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경기도를 두고 연고도 없는 ‘계양을’에 나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며칠 사이 여론조사가 확연히 바뀌었다. 이 틈을 타 국민의힘은 25년째 지역에서 내과의사로 일한 윤형선 후보를 ‘텃새’로, 25일 계양에 머문 이 후보를 ‘철새’로 비유하며 ‘25년 대 25일’ 프레임을 세웠다.
|
실제 들어본 바닥 민심도 팽팽하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쪽은 ‘이 후보의 실력’과 ‘그래도 민주당’이라는 입장이고, 윤 후보를 지지하는 쪽은 ‘이재명만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계양구에서 나고 자란 나용진(62)씨는 “쭉 여기 살면서 민주당을 찍었던 사람이다. 근데 송영길 국회의원 자리에 이재명이 나오면 당연히 계양구민은 찍어주겠구나 생각하는 것 같다. 진짜 계양구민을 호구로 아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는 “송영길에 대한 배신감, 이재명은 여기 와서 오줌 한번 싸봤나, 밥 한번을 먹어봤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의 정책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다시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계양구에서 30년 거주하고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씨(55)는 “1년 10개월이지만 앞 전에 했던 민주당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간 송 대표가 전통시장, 체육공원, 계양 둘레길 등 많은 것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조사에서 초접전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결과를 까보면 이재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패배할 경우엔 정치적 치명상이 예상된다. 정치적 근거지인 경기도에 돌아갈 길도, 무명에 가까운 정치 신인에게 고배를 마셨으니 당에 돌아갈 명분도 약해진다. 향후 2년간 당권을 가를 8월 전당대회에도 나설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다. 가까스로 이기는 경우도 후유증이 남을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후보의 발은 계양을에 묶여 있다. 전날(28일)도 경기도 지원유세 후 곧바로 계양을에 돌아왔고, 29일도 계양에만 머물렀다. 이 후보는 전날 “계양을이 박빙이다. 도와달라 문자 보내달라. 차비 정도는 주셔야 되지 않겠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중앙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반란을 노리고 있다. 윤 후보는 “25년간 계양에 봉사해온 사람과 25일도 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의 선거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