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구조화의 달인’으로 불리는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 1분기 증권업 불황에도 깜짝 실적을 이끌었다. 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13년째 메리츠증권을 이끌고 있는 최 부회장의 ‘매직’이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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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한 282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은 3769억원, 38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4%, 32.0% 늘었다. 모두 분기 사상 최대 규모다. 이같은 실적은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경쟁사들의 순이익이 모두 두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CEO에 취임한 최 부회장은 전통적인 증권사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신시장 개척을 통해 회사의 체질을 꾸준히 개선했다. ‘신중하게 결정하되 남과 다르게 한다’는 최 부회장의 경영철학은 철저히 준비만 한다면 남들이 외면하는 곳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경쟁사들이 부동산에서 손을 뗄 때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부동산 PF는 메리츠증권의 대표적인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부동산 PF 규제와 종합금융업 면허 만료 이후엔 부동산 PF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기업금융(IB)과 트레이딩, 리테일에 주력해 국내외 부동산, 선박, 해외 인수합병(M&A) 인수금융 등 대체투자 수익원을 확보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금리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채권 운용 리스크를 관리하는 한편, 강점인 부동산 PF 외 수익원 다지기에도 힘썼다.
이같은 경영 전략 덕분에 메리츠증권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 왔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15.5%)까지 8년 연속 두자릿수를 유지했다. 자기자본은 2010년 3분기 말 5912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말 5조3344억원을 기록하며 10배 가까이 덩치를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