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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다시 120달러 안팎 폭등
23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9% 하락한 3만4358.50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23% 내린 4456.24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32% 떨어진 1만3922.60에 장을 마쳤다. 3대 지수 모두 하루 만에 다시 하락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68% 내렸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2.83% 오른 23.59를 기록했다. 여전히 20 초중반 레벨로 투자 심리를 꺾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30선 안팎에서 하루 변동 폭이 크다는 점은 투심이 불안함을 방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 증시가 이날 장 초반부터 약세 압력을 받은 건 유가 때문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5.2% 오른 배럴당 114.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15.40달러까지 올랐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122.34달러까지 폭등했다. 6%에 가까운 오름 폭이다.
이는 공급 부족 우려가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흑해에 있는 노보로시스크항이 태풍으로 망가져 원유 수출이 두 달간 급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타스통신을 인용해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러시아 측은 하루 선적량의 3분의2가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약 100만배럴 규모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서방 제재에 대항한 러시아의 보복이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CPC 최대주주는 지분 24%를 보유한 러시아 정부다. 셰브론과 엑손모빌은 각각 15%, 7% 갖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에 보복하기 좋은 구조다. FT는 “미국은 노보로시스크항의 상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금수 조치를 내렸지만, 카자흐스탄산으로 분류한 CPC 원유는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럽 순방, 특히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 방문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백악관은 이번 유럽 순방 때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천명한 상태다.
SPI애셋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저는 “이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원유 시장에 있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의 급등락은 금융시장 전반을 흔들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오전 장중 2.417%까지 오르며 2.4%대 벽을 돌파했다. 2019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 ‘긴축 연착륙’ 의구심 커져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내렸다. 영국 런던의 FTSE 100 지수는 0.22% 하락한 7460.63에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1.31%,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1.17% 각각 떨어졌다.
월가는 특히 예측이 힘든 우크라이나 사태가 연준의 통화정책 연착륙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아직 소수의견이기는 하지만, 연준이 한 회의에서 50bp(1bp=0.01%포인트)를 넘어 75bp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하는 월가 인사들까지 있다. 긴축 자체로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는 속도다. 그런데 이 와중에 배럴당 100달러 이상 초고유가가 지속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경우 연준의 조치가 먹히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푸틴 대통령의 공격적인 행보는 이같은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를 통해 유럽 등 비우호 국가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팔 때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만 결제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로화를 통해 주로 결제했는데, 루블화만 받겠다는 것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곧바로 “계약 위반”이라고 하는 등 유럽 각국이 강하게 항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서방 진영과 러시아간 화해 모드는 찾아볼 수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외환거래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는 “지정학적 위험의 불확실성으로 에너지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본다”며 “연준이 침체를 부를 정도로 긴축을 강하게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