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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이 K콘텐츠 글로벌 비상의 주요 요인으로 떠올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디테일한 감정 묘사와 세밀한 표현이 가능한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세종학당 등 한국어 교육기관을 통해 우리말을 배운 외국인들이 새로운 K콘텐츠의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뉴저지에 거주 중인 30대 남성 앨런(Allen) 씨는 “‘오징어 게임’ 이후 ‘기생충’과 ‘설국열차’를 한국어로 감상했는데, 자막에서 접하지 못한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느껴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뉴욕 퀸즈에 거주 중인 50대 남성 롤랜드(Rolland) 씨는 “‘오징어 게임’ 때문에 배운 한국어로 ‘지금 우리 학교는’을 자막 없이 봤는데 훨씬 더 긴장감 넘치게 감상했다”며 “K콘텐츠는 어메이징(Amazing) 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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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은 우리말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오역으로 가득 찬 더빙과 자막에 해외 시청자들 사이에서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이 “부실한 자막이 시청자들에게 ‘오징어 게임’의 의미를 바꿔 전달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적잖은 시청자들이 “도대체 어떤 언어이기에 영어로 표현이 안 되느냐”며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 같은 제안은 세계 각지 ‘오징어 게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급증했고, 자막 없이 한국어로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고 인증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했다. 미국 포틀랜드에 사는 20대 여성 신시아(Cynthia) 씨는 “더빙으로 봤을 땐 ‘오징어 게임’ 속 한미녀라는 인물이 전혀 와닿지 않았는데, 한국어로 감상하니 행동이 이해가 됐다”며 “한미녀를 연기한 김주령 배우의 팬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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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에 담긴 한국어 가사도 주목받고 있다.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인도인 아누부띠 가가티 씨는 ‘소복소복’이란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노래 중에 눈이 ‘소복소복’ 쌓인다는 가사가 있는데, 이 표현을 이해한 외국인들은 한국어가 매우 감동적이라고 입을 모은다”며 “의성어와 의태어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인기 아이돌그룹의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어 노래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표현들을 해설해 놓은 ‘돌민정음’이 유행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한글이 디자인적으로 멋이 있다는 평가도 많다”고 소개했다.
김 평론가는 “한글의 우수성에 심취한 외국인들은 충성도 높은 K콘텐츠 소비자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나올 K콘텐츠는 물론이고 과거 작품들도 꾸준히 재조명되는 등 K콘텐츠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