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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이 외국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보건, 복지, IT 등 우리 생활 전반에 퍼져있는 외국어를 우리 말로 순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단순히 말을 바꾸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듬어진 우리말의 활용도도 고민했다. 잘 쓰이려면 대상어인 외국어의 의미를 잘 전달하면서도 간결하고 귀에 쏙 들어오는 단어를 만들어야 했다. 처음에는 난감해 하던 대학생기자단은 차츰 적응하더니 두 번째 만남에서는 재기발랄한 단어들을 자신 있게 제시했다. ‘소리멍’(ASMR), ‘맛보기 그림’(섬네일), ‘아담살이’(미니멀리즘) 등이 대표적이다.
국적 불명의 외국어 단어나 표현이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워낙 빠른 속도로 신조어들이 번지다 보니 Z세대인 대학생기자단조차 생소한 단어가 수두룩했다. 귀중품 등을 과시하는 행위를 뜻하는 ‘플렉스’, 솔직한 사용후기를 다수와 공유하는 의미로 쓰이는 ‘하울’,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 등 뜻이 아리송한 상태로 쓰이는 단어들도 많았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우리말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관점과 시각이 중요하다는 걸 경험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기존에 거주하던 저소득층 주민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국립국어원은 이 단어를 ‘둥지 내몰림’으로 순화했지만, 한 학생이 ‘낙후지역 활성화’를 대체어로 제안했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부가가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자는 이유에서다. 논의 끝에 이 단어에 긍정적 의미를 씌우지 않기로 했다. 강제 이주에 내몰린 사회적 취약 계층이 사회에서 더 외면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윤영우(성신여대 경영학 4) 씨는 “사회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의 경우 순화하는 과정에서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양서정(서강대 영미어문학 4) 씨는 “탈이념화로 동일한 단어의 부정적, 긍정적 의미 모두를 인정하는 추세이지만, 대체어가 2차 가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미르 (경희대 미디어학 4) 씨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면서 단어에 대한 이해와 생각, 공감이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며 “단순한 번역을 넘어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잘 쓰이는 순화어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성별과 나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