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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일상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로 인해 지난해 항공과 여행, 숙박, 자동차 등 대부분 산업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경제성장률은 0.9% 역성장하며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한 분야가 있는데요. 바로 ‘렌탈’입니다. 특히 가전 렌탈 업체들은 지난해뿐 아니라 올해 들어서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코웨이와 함께 시작한 한국 가전 렌탈 역사
우리나라 렌탈 산업은 코웨이(021240)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코웨이는 게임회사인 넷마블(251270) 자회사로 있지만, 그 시작은 웅진그룹이었습니다. 윤석금 회장이 이끄는 웅진그룹은 현재 웅진씽크빅(095720) 등 교육 중심의 중견그룹인데요. 과거엔 코웨이가 웅진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였습니다. 윤석금 회장은 1989년 당시 코웨이를 설립하면서 정수기 등 가전 사업에 뛰어들었구요. 코웨이는 이후 1994년 국내 정수기 시장점유율 60%가량을 차지하면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런 코웨이에 있어 IMF 외환위기는 말 그대로 ‘위기’이자 ‘기회’였습니다. IMF 불황으로 인해 정수기 제품은 재고로 쌓여만 가던 시절이죠. 윤석금 회장은 고심하던 끝에 일시불 판매가 아닌, 매달 일정한 돈을 내고 빌려 쓰는 방식, 이른바 렌탈을 고안해냈습니다. 전략은 성공을 거뒀죠. 코웨이는 당시 1년 반 만에 정수기 약 20만대를 렌탈 방식으로 팔았습니다. 코웨이가 이전까지 9년 동안 판매한 정수기가 약 4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괄목할 만한 성과였습니다. 당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목돈이 들어가는 것을 꺼렸던 소비자들은 매달 소액만 내고 내 것처럼 쓸 수 있는 렌탈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공유경제 타고 연평균 11.5% 성장하는 렌탈
렌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전체 렌탈 시장은 2016년 25조 9000억원에서 지난해 40조 1000억원을 기록하면서 4년간 연평균 11.5%, 매년 두 자릿수 성장했습니다. 특히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등 가전 렌탈 시장은 같은 기간 5조 5000억원에서 10조 7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이란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도 가전 렌탈 업체들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던 이유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불황’입니다. 이는 앞서 설명한 내용, IMF 당시 코웨이가 렌탈 방식을 도입하며 성공을 거둔 사례와 유사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위축하면서 가정마다 자금 사정이 악화했구요.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물품을 일시불이 아닌 렌탈 방식으로 쓰려는 수요가 늘어났죠. 또 다른 이유로 ‘집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일도 집에서 하는 재택근무가 늘어났죠. 주말이 돼도 사람들은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상황도 이어졌구요.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집안에서 편리하게 생활하기 위한 제품들을 적극 도입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등 가전이구요. 여기에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이 많아지면서 오븐과 식기세척기 수요도 늘어났습니다.
렌탈은 IMF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불황에 ‘반짝’ 호황을 보이는 업종이 아닙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공유경제’죠. ‘구독경제’라고도 하는데요. 특히 MZ세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입니다. 심지어 일하는 공간도 소유하지 않고 함께 쓰는 공유오피스가 늘어나고 있죠.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르호봇 등이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입니다.
이렇듯 공유경제는 전 세계 ‘메가트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구요.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맞으면서 위생 등 이유로 다른 사람이 쓰던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공유경제가 최근 잠시 주춤한 상황입니다. 결국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벗어나면 전 세계적으로 다시 공유경제가 활발히 일어나고, 공유경제에 가장 적합한 모델인 렌탈 역시 다시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