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는 온라인 공개수업 MOOC가 퍼지고 있으며, 캠퍼스 없는 대학 미네르바스쿨과 신기술로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려는 싱귤래러티 대학 등 혁신적인 대학들이 생겨나고 있다. 반면 우리 대학은 혁신은커녕 신입생 인구 절벽을 맞아 한해, 한해 생존하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기업들은 대졸 신입사원의 교육에 평균 6000만원을 쏟아 부을 정도로 대학 교육을 신뢰하지 않는다. 대학은 학생들이 학점 따기 쉬운 과목을 위주로 수강을 하니 방법이 없다고 항변한다.
학생들은 더욱더 답답하다. 어려운 전공과목을 열심히 공부해봤자 취업에 별반 도움이 안 되니 쉬운 과목 위주로 재빨리 학점을 채운 후 취업 준비에 매달린다. 영어 능력시험과 각종 스피킹 테스트, 한국사 능력시험, 면접 컨설팅도 필요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학생들이 취업 교육에 쓰는 돈은 연평균 223만원에 달한다.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초·중등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대학 입학을 위해 특목고에 들어가고, 유치원 때부터 학원을 전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20여년을 죽도록 노력하는데도 정작 학생들은 직장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는 잘 뛰어놀고, 좋아하는 책을 많이 읽으며, 말하고 쓰는 역량과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중등과정에서는 언어, 수리, 과학, 인문사회 등 기본 교과를 차근차근 추론하며 원리를 깨우치도록 가르쳐야 한다. 끊임없이 사고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과목을 융합하고, 통폐합해 학생들의 부담을 대폭 줄여주어야 한다. 2040년께에는 1000달러짜리 컴퓨터가 인류 전체와 맞먹는 연산 능력을 지닌다고 하는데, 단순히 지식을 쌓는 교육은 의미가 없게 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대학에서는 전공 역량과 의사소통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리더십 등 기업이 필요한 역량을 제대로 키워주고, 기업은 자기 회사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보유한 학생을 잘 뽑으면 된다.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별도로 돈을 들여 스펙을 준비하고 컨설팅을 받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대혁신 없이는 우리 자식들이 다가올 미래에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