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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저소득자 빚 사상 첫 80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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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은행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은행 등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쓴 신용등급 7~10등급 사이 저신용자 또는 소득 하위 30%인 다중 채무자는 지난해 말 현재 149만9000명에 달한다. 1년 전보다 3만3000명 늘어난 것으로 2014년 통계 작성 시작 이래 가장 많은 수다. 이들이 대출받은 돈은 전체 가계 대출의 6%인 82조7000억원에 달한다. 1인당 5517만원 꼴이다. 빚이 1년 새 4조2000억원이나 불어나면서 사상 최초로 8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처럼 빚 수렁에 빠진 금융 취약 차주나 한계 차주가 많아지면 개인 파산이나 회생 같은 채무자 구제 제도 이용자도 늘어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요즘 실상은 다르다. 국내 신용 회복 신청자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라서다. 실제 올해 상반기(1~6월) 중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개인 파산·개인 회생을 접수한 사람은 모두 11만9181명으로 작년 상반기(11만7294명)보다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4개 제도 신청자는 최근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6만7236명으로 정점을 찍고 2014년 25만1342명, 2016년 23만7007명, 작년 22만9115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2014년부터 4년 연속 감소세다. 올해도 현 추세대로라면 전체 채무 구제 신청자가 22만~23만 명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특히 개인 파산 및 개인 회생 접수자가 대폭 줄면서 감소세를 견인했다. ‘법원 통계월보’를 보면 올해 1~6월 사이 법원에 개인 파산·회생을 신청한 채무자는 모두 6만556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6만4018명)과 변화가 없었다. 되레 파산·회생 신청자는 2014년 16만6174명에서 2015년 15만3961명, 2016년 14만688명, 작년 12만5838명 등을 기록하며 매년 1만 명가량씩 줄고 있다.
파산 심사때 재산·소득 깐깐히 조사
하지만 민간 법률 시장에서는 다른 배경이 있다고 지목한다. 과거 법원 회생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변호사는 “법원의 개인 파산·회생 심사가 과거보다 엄격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00년대 초 카드 대란 등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 등으로 신용 위기가 발생했을 땐 진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법원도 대부분 구제 신청을 받아줬다”라며 “그러나 이후 브로커가 난립하는 등 불법 사례가 사회 문제가 되면서 파산 요건과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법원은 2010년부터 파산 심사 때 법관의 구두 심문을 거치도록 하고 전국 법원의 모든 사건에서 신청자 보유 재산 및 소득을 조사하는 ‘파산 관재인’을 선임하도록 심사를 강화했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을 따라 국내 금리가 오르면 개인 파산·회생 신청자도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