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 CES는 매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의 가전, IT제품 전시회입니다. 흥미롭게도 올해 CES의 핵심 키워드는 제품이 아닌 ‘스마트시티(Smart City)’였습니다. 심지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올해 8회째 스마트시티 엑스포가 열립니다. 교통과 공공서비스의 효율화 등으로 연간 도시인의 125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서 보듯 스마트시티 가치는 큽니다. 일각에서는 오는 2020년 스마스시티의 시장가치를 1조 5000억달러(1618조 5000억원)로 전망하기도 합니다.
스마트시티 관련 프로젝트는 세계 각국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네옴(NEOM)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합니다. 지난해 10월 빈 살만 왕세자가 공개한 네옴은 5000억달러(54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는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입니다. 현재 사우디 최고 실세 빈 살만 왕세자는 왜 이러한 스마트신도시 건설을 국가 개발계획 전면에 내세운 걸까요. 스마트시티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찾을 기회는 무엇일까요.
네옴은 홍해와 아카바(Aqaba)만의 해안 468km를 따라 2만 6500㎢ 부지에 개발하는 초대형 스마트시티입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는데 이미 비전펀드가 250억달러 출자를 약속하는 등 활발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요르단과 서쪽으로는 이집트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일반적인 중동지역과 달리 기온이 30℃를 유지하는 등 글로벌 도시로서 훌륭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1단계 네옴 완공시기는 2025년입니다. 사우디는 네옴을 별도의 법, 세제, 규정을 적용하는 독립적인 경제지구로 개발해 투자자와 거주자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또한 도시가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풍력과 태양에너지로 충당하고, 식수는 해수를 담수화해 이용합니다. 천문학적인 투자금액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 상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현재 2000조원으로 상장하기를 원하는 아람코 지분 5%를 매각, 약 100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시티의 목적은 70%가 에너지와 교통분야 효율성입니다. 네옴 프로젝트 주요 9가지 분야 가운데 첫번째가 에너지와 물, 두번째가 운송수단입니다.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발전구조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고, 100% 자율주행을 통한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바이오산업과 첨단 제조업을 유치해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표본으로 삼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비전펀드는 앞으로 3~4년 걸쳐 최대 250억달러 투자를 계획 중입니다. 네옴 프로젝트 자체에 150억달러를 투자할 뿐 아니라, 사우디전력공사(SEC)에 최대 100억달러를 투자해 태양에너지 개발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6년 외국인 직접투자금액이 74억5000만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금액입니다. 사우디는 10년간 1333억달러(145조원)를 투자해 신재생에너지와 차세대 전력망 확충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네옴 에너지 수급계획은 사우디의 이러한 ‘탈 석유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우디는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사업을 주관하는 사우디의 공공투자펀드(PIF)는 작년말 네옴 프로젝트 매니저로 영국의 뷰로 해폴드 엔지니어링(Buro Happold Engineering)을 선정했습니다. 지난달 현지 건설사들과 인프라 시설 구축, 궁전과 골프장 건립 등에 대한 4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사우디 투자청(SAGIA)은 투자면허발급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등 해외 자본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관광 인프라 구축, 첨단산업 유치를 통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