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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전셋값이 2년 전보다 5000만원 내린 탓에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판입니다.”
지난 2016년 봄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입한 김모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이참에 전세 놓은 아파트를 팔지, 아니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2주택을 유지할 지를 두고 저울질 중이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파트를 담보로 이미 대출을 받은 상태라 추가 대출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지방과 수도권 외곽에 이어 서울 전세시장에도 찬바람이 불면서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전세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들이 좌불안석이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전세는 내놓기만 하면 금세 나갔고 전세값도 치솟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전세 만기가 돌아와 세입자를 새로 구해야 하지만 전셋값을 낮춰 내놔도 집을 보러 오겠다는 사람이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매매시장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아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26일 기준 0.02% 떨어졌다. 직전 조사(2월 19일) 때 3년 8개월만에 하락 전환한 데 이어 2주 연속 내렸다. 작년부터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 시작된 전세값 하락세가 서울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번 주 경기지역 전셋값은 0.09% 내렸고, 지방은 0.05% 떨어져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금리 상승도 부담이다. 한창 갭투자가 성행했던 작년 6~8월과 비교해 변동금리 대출 기준이 되는 코픽스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0.3%포인트 가량 뛰었다. 가령 3억원을 빌려 투자했다면 연간 이자부담액이 90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 하락과 대출 규제, 금리 상승이라는 삼중고를 버티지 못한 갭투자자들이 전세 끼고 사들인 집을 급매로 내놓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매맷값 역시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