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공적자금 투입했는데… 서울시 창조적정비사업 '삐걱'

금천구 시흥동 무지개아파트 시범단지
공적자금 지원받고 용적률도 상향
신탁방식 주장에 조합설립 갈등
구 "주민들 선택 사항" 못 박아
  • 등록 2017-11-30 오전 5:00:00

    수정 2017-11-30 오전 5:00:00

△서울시의 ‘창조적 정비계획사업’으로 개발 예정인 서울 금천구 시흥동 무지개아파트 전경. [사진=금천구청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남서울 무지개아파트·무지개 연립주택(이하 ‘무지개아파트’).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적 정비계획사업 시범단지다. 그런데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하기도 전부터 정비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서울시와 금천구가 투명한 재건축을 위해 공적자금까지 들여 조합 설립을 위한 지원까지 했지만 일부 주민들이 조합 설립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하겠다며 집단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29일 관련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무지개아파트 입주민들은 최근 조합 대신 신탁사가 시행을 맡는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며 소유주에게 동의를 받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소유주의 75% 이상이 동의할 경우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금천구청과 주민협의체가 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지개아파트 일대 공공지원자 지원 정비사업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협의체는 투명하고 신속한 재건축을 위해 금천구가 중재해 구성한 공공·주민·전문가가 함께하는 거버넌스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7월 금천구의 지원 아래 김모씨를 주민대표로 선출했다.

그러나 정작 주민대표가 선출된 이후 무지개아파트 일부 입주민들은 김씨가 과거 재건축 비리에 연루된 인물이라고 주장하며 조합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신탁 방식 재건축을 찬성하는 이 아파트 입주민은 김씨가 과거 H아파트에서 재건축 조합장을 맡으며 많은 비리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15년 전 H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자신이 추가분담금을 줄이자 시공사 측이 비상대책위원회와 힘을 합쳐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이라며 “이번 주민대표 선출은 구청에서 주관해 후보 등록 과정에서부터 자격 유무를 검증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금천구는 무지개아파트 재건축을 조합으로 갈지, 신탁으로 갈지는 주민들의 선택이라고 하면서도 신탁 방식을 지원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천구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12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과정을 생략하고 조합 설립으로 가는 문제와 이에 따른 공공지원금 3억 5000만원을 서울시와 금천구로부터 받는 문제에 대해 주민투표에 부쳐 약 65%의 동의율로 의결했다”며 “이제 와서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사업을 진행해달라는 것을 구청이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천구로부터 용역을 받은 ㈜동우씨앤디는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현 동의율은 약 65%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지원까지 들어간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비전문가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정비사업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비사업에 대해 조합이 가지는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며 “이 때문에 조합 설립 전부터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전투구가 일어나고 비전문가인 주민 역시 휩쓸리며 갈등이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이 조합 설립 자체를 도와주기보다는 공공감리제도 등을 받아들이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투명한 조합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980년 12월 입주해 재건축 연한을 넘긴 남서울 무지개 아파트(784가구)는 2014년 서울시 창조적 정비계획사업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창조적 정비사업은 2012년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활용해 건폐율과 높이 제한 등에 대한 건축 기준 완화를 통한 다양한 건축물 배치, 조경, 공지 활용 등으로 ‘사람과 장소 중심’의 공동주택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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