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풍 부는데…제도 정비 손 놓은 정책당국

'가상화폐' 관심 증대…돈보다 상품 가까워
해외 잇단 보호장치 도입…韓 아직 논의만
  • 등록 2017-06-12 오전 5:30:53

    수정 2017-06-12 오전 5:30:53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2013년 1달러→2017년 3000달러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 가격은 4년 새 천정부지로 뛰었다. 당장 올해만 해도 연초 1BTC(비트코인 기본단위)당 1000달러 남짓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3000달러에 바짝 다가서면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사촌 뻘인 이더리움(Ethereum)도 덩달아 오름세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종가 기준 연초 1만350원이었지만 지난달 25일엔 35만1000원으로 폭등했다. 전무하던 거래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늘고 있다. 그야말로 ‘광풍’이다.

자료=KDB산업은행
가상‘화폐’지만 돈은 아니다?

가상화폐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다. 가격 상승세가 워낙 가파르다보니 차익을 노리고 뛰어뜨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 이름이 가상 ‘화폐’로 붙긴 하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중앙은행으로부터 공인받는 통화, 즉 돈은 아니다. 민간에서 찍어내 온라인상에서 제한적으로 쓸 수 있는 상품이라는 얘기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싸이월드에서 쓰는 ‘도토리’나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살 때 쓰는 ‘초코’ 등과 마찬가지로 한 번 더 돈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트코인을 돈처럼 바로 쓸 수 있는 가맹점은 우리나라에는 50여곳에 불과하다.

가상화폐는 암호화한 거래정보가 일정 정도 쌓이면 이를 블록(block) 단위로 엮고 이렇게 쌓인 블록을 서로 연결(chain)하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활용했다. 비트코인 이후 등장한 이더리움, 대시, 라이트코인 등도 비슷하다.

가상화폐는 돈보다 상품에 더 가깝다. 가상화폐의 포문을 연 비트코인이 대표적이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을 만들 당시, 암호를 풀면 비트코인을 획득할 수 있되 그 양을 2145년까지 2100만BTC로 정해놨다. 금처럼 채굴해 얻을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이들 가상화폐는 ‘거래소’로 불리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면서 가격이 정해진다. 주식과 비슷하게 호가, 거래량 등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린다.

자금 세탁 통로도…사각지대 놓인 가상화폐

문제는 가상화폐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계좌를 만들 때 개인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익명성이 보장돼 자금세탁 통로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지난달 전세계를 패닉에 빠뜨렸던 워너크라이(WannaCry) 랜섬웨어는 암호화된 파일을 푸는 대가로 3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거래되는 거래소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도 없다. 한국거래소(KRX)와 달리 정식 거래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2월 비트코인 최대 거래소였던 마운틴곡스(Mt. Gox)는 해킹으로 비트코인을 도둑 맞으며 결국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마운틴곡스를 이용했던 소비자도 대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특정 분야에 한해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일본은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가상통화교환업자로 정식 등록하도록 하고 이용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 등을 규정했다.

이종렬 한국은행 전자금융부장은 “일본 당국이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것일 뿐, 신용카드과 같은 결제수단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주도 가상통화 서비스업체에 대한 인허가 등을 담은 규제 체계를 도입했다. 자금세탁을 막고자 유럽연합(EU)과 캐나다도 가상통화 서비스업체 관련 개별 법령을 만들었다.

투자자 보호 나섰는데…아직 ‘깜깜이’ 당국

다만 우리 정책당국은 별 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현행법상 가상화폐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돼있다. 가상화폐는 예컨대 지마켓 인터파크 등 온라인몰에서 파는 항공권, 상품권 같은 상품인 셈이다.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학계·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가상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지난 2월 모인 것이 마지막이었다.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새 정부 구성 등으로 시국이 어수선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TF팀을 이끄는 금융위의 김연준 전자금융과장은 “거래량 등을 봤을 때 아직 시장에 경고를 보낼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의 공동창업자인 김진화 이사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제도화해 소비자보호 장치를 갖추지 않는다면 투기 수단으로만 자리 잡을 수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성장동력으로 체계적으로 키우려면 공공부문에서 사회적 제도(rule)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자료=한국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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