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34·여)씨는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이제와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도 어렵다”며 고개를 떨궜다.
채용시장이 빙하기를 맞았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에겐 ‘최후의 보루’ 였던 공무원 채용 또한 올해들어 감소세를 전환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취업절벽 넘어 일자리 실종시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조선업종에서만 먼저 세계 경기둔화와 선박 공급과잉 및 업황 악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동기대비 2만7000명(15.0%)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고용정보원은 전자와 자동차 업종은 같은 기간 0.8%, 1.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반면 섬유·철강·디스플레이 등 주요 업종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과 공공부문의 일자리 감소가 이어지고 대학 졸업생들이 대거 사회로 나오기 시작해 취업문턱이 한층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은 최순실 게이트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취임 등의 여파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자 올해 채용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고용시장의 88%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은 길어진 불황과 내수 침체 우려에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곳이 많다.
2011년 이후 공무원 채용규모 첫 감소
국가직(5·7·9급 및 외교관후보자) 공무원과 지방직(일반직·특정직·별정직 등) 공무원의 채용규모는 지난 2011년 1만95명을 기록한 이후 2015년 2만명(2만2371명)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2만5556명으로 증가했다. 5년새 연간 채용 규모가 153.1%(1만5461명)나 폭증한 것이다.
6년간 증가세를 유지해오던 공무원 채용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각 지자체들이 재정문제 등으로 인해 신규 채용을 늘리는 데 한계에 봉착한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취업한파 해소를 위해 필요 인력을 초과해 채용한데 따른 반작용이 컸다.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늘릴 예정인 광주·대전광역시의 경우에도 행정인력 강화보다는 정년퇴직자 발생에 따른 결원 보충과 소방직과 같은 특정직 공무원 수를 확대하면서 전체 인원이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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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한파에 신규 공무원 채용 규모마저 줄어든다는 소식에 공시족들은 소위 ‘멘붕’에 빠진 모습이다.
대학 시절부터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2년 전 7·9급 공무원 시험으로 방향을 바꾼 한모(30)씨는 “꿈을 한 단계 낮췄는데도 채용 규모가 줄었단 소리를 들으니 더욱 힘이 빠진다”며 “친구들은 이미 취업도 하고 결혼 준비도 하는데 혼자만 뒤쳐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막막하다”고 털어놓았다.
3년째 7급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김모(25·여)씨는 더 늦기 전에 ‘전향’을 할지 고심 중이다. 김씨는 “시험 준비를 핑계로 신림동에서 자취하며 친구나 가족조차 잘 만나지 않는 편”이라며 “주위에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다른 길을 권하는데 솔직히 요즘 마음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취직이 시급한데 채용 규모마저 줄인다고 하니 이제 포기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한 김모(27)씨도 “채용 시장이 갈수록 얼어붙는데 공무원 채용 규모 감소 추세가 계속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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