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렌딧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렌딧 본사에 가진 인터뷰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던 개인적인 경험이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면서 이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에 스타트업을 만들었다”며 “금융산업의 비효율을 IT기술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현재 제1금융권 ‘저금리’와 제2 금융권 ‘고금리’로 이원화돼 있는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핀테크 알고리즘을 접목한 P2P금융을 통해 ‘중금리’로 제공하겠다”고 부연했다.
◇“대출 금리, 왜 이렇게 비싸..IT에 금융을 담다”
렌딧은 2015년 3월 24일 설립된 P2P 금융 기업이다. 업계 최초로 ‘포트폴리오 투자 방식’을 선보이며 대출과 투자 고객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개인신용대출 부문 1위를 기록중이다.
렌딧은 산업디자이너 출신 김성준 대표와 삼성화재 출신의 금융 전문가 박성용 이사가 공동 창업했다. 신용평가 모델 개발과 빅데이터 분석을 총괄하는 박성용 이사는 삼성화재에서 위험률 예측 및 분석, 보험상품 기획을 담당했다.
렌딧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서비스를 개시하기 전인 2015년 4월 실리콘밸리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5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7월에는 알토스벤처스 및 엔젤투자자들로부터 58억5000만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스타트업 창업기는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했다. 대학교 시절부터 스타트업을 만들고 실패했던 경험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대학 4학년 시절 집에서 우연히 인터넷 동영상을 시청했는데 아프리카 어린이가 소의 소변을 받아먹으며 연명하는 장면을 봤다. 불과 몇시간전에 탄산음료를 반 정도 마시고 버린 일을 반성했다”면서 “그때부터 연말에 반짝 기부가 아닌 평소에도 기부를 할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빈곤층을 위한 사회적 기업 ‘1/2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 빈곤층에 기부할 물품까지 함께 구매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예를 들어 우유 500L를 살때 반정도 들어있는 우유를 제 값에 사고 우유 절반에 해당하는 비용을 기부하거나, 피자를 주문할 때 소비자가 피자 한판이 아닌 절반을 받고 나머지 반은 기부하는 방식이다.
그가 디자인한 1/2프로젝트 작품은 2009년 독일 레드닷어워드 우수상, 미국 스파크어워드 은상 등국제적인 상을 받으며 유명세를 탔지만 수익성이 낮아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는 “의류 관련 소매업체들이 패션 트렌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재고 관리의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점에 착안해 소비자들의 패션아이템을 공유하고 판매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정보를 얻어 판매를 하게했다”며 “하지만 올 가을의 트렌드를 예측하거나 연예인에 따라 달라지는 트렌드를 빅데이터만으로 대응하기는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14억 가량 투자받고 초기에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용자가 100만명에 달하고 회사를 매입하겠다는 제안도 들어왔지만 그는 대학원을 중퇴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시키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물류망을 갖추지 못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졌고 이후 사업은 악화일로를 걷게됐다.
김 대표는 “미국이 워낙 영토가 넓다 보니 소비자가 옷을 주문하면 일주일이 걸려 배송이 됐다”며 “온라인 커머스는 웹사이트도 중요하지만 물류센터가 중요한데, 아마존 같이 1~2일 안에 미국 전역 배송을 보장하는 업체들과 상대가 안돼 이용객이 줄면서 어려워졌다”고 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국내로 돌아와 금융기관에 자금대출을 신청했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한국에서 5년 동안 활동이 없던 탓에 대출을 거절했다.
그는 “미국에 5년간 있다보니 국내 신용등급이 6등급밖에 되지 않았다. 은행 대출을 포기하고 저축은행에 가서 문의했더니 연 대출금리가 22%에 달해 도저히 돈을 빌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에 그는 당시 미국에서 유행했던 P2P대출업체 ‘렌딩클럽’에서 대출 검색을 했다. 대출금리가 연 7.5%에 불과했다.
그는 “당시 국내에서는 은행은 4~5%대, 저축은행은 20%대 금리로 나눠져 있어 중금리 대출을 찾기 힘들었다”며 “왜 우리나라엔 중간 금리 회사가 없지? 라는 생각에 바로 국내에 들어와 ‘한국판 렌딩클럽’을 차렸다”고 설명했다.
회사 이름은 ‘빌려주다(lend)’와 ‘그것(it)’을 결합해 ‘렌딧’으로 지었다.
김 대표는 “국내 대출시장은 미국의 4분의1 수준인 200조원에 달한다. 특히 한국은 신용정보 수집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미국 대비 부도율이나 연체율이 낮다”며 “가계부채중에 중금리 수요가 높아 핀테크로 위험을 분산하면 P2P 대출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P2P대출은 다수에게 자금을 모아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형태다. 가령 100명에게서 10만원씩 투자를 받아 1,000만원 대출을 신청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은 세후 7~9%가량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대출자도 평균 11% 대(수수료 포함)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윈윈(win-win)’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린 스타트업’ 방식 적중..“5년내 P2P 금융사업 확장할 것”
김 대표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린(Lean) 스타트업’ 방식을 조언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이 방식은 과정을 최소화해서 빨리 만들라는 것이다.
그는 “창업자들은 처음에 가정을 크게 잡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예측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는데 실질적으로 우리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며 그렇기 때문에 “과정을 최소화하고 잘게 쪼개서 빨리 만들고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렌딧도 초기에 3월에 법인을 만들고, 4월 씨드머니 투자, 5월 대출 서비스 런칭, 7월 투자서비스 런칭 등 2개월 단위로 쪼개서 사업을 진행했다.
그는 “대출과 투자 서비스를 분리해 런칭한 이유는 대출고객과 투자고객의 니즈가 달라 고객의 피드백을 받고 새로운 가정을 통해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서다. 대출고객이 만족을 못하면 투자 서비스는 있으나마나다”며 “예전같으면 한번에 했겠지만, 여러번의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김 대표는 P2P 금융사업을 5~6년내 대출 서비스에서 보험, 자산운용 부분까지 확장하는게 목표다. 하반기 부터는 대출자에게만 받던 수수료를 투자자에게도 받아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 시장은 규모도 크고 가계 부채의 개선 영역이 크기 때문에 금융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핀테크를 통해 해결할 것”이라며 “향후 개인대출 지급 규모 5000억원 수준에 도달해 의미있는 축을 담당할 정도가 되면 보험이나 자산운용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렛딧 대표는> △1985년 안양 △서울과학고, KAIST 산업디자인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 기계공학 제품디자인 중퇴 △2005년 NHN 인터랙티브 그래픽 디자이너 △2005~2007년 올라웍스 UX디자이너 △2008~2010 삼성전자 디자인멤버십 △2009~2014 1/2프로젝트 운영 △2011년 미국 스타일세즈 창업 △2015년 렌딧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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