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씨가 지난해 말부터 설립한 재단법인 미르, K스포츠재단 측에 각각 30억원, 19억원을 출연했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주도하에 삼성, 현대자동차(005380), SK(034730), LG(003550) 등 16개 그룹이 각각 자금을 출연하는 데 동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게 포스코 측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최씨가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재계는 울며 겨자먹기식 모금을 진행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포스코는 광고대행 자회사로 뒀던 포레카를 지난해 매각했지만, 이후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포레카의 새로운 소유주가 된 C사를 상대로 지분 80%를 강탈하려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차 전 단장은 포레카의 매출 중 상당 금액이 포스코에서 고정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노리고 C사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련된 기록을 살펴보면 포스코는 정권의 외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자구 노력을 적잖게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업·분기보고서 등을 통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을 결정한 이사회 기록을 모두 공시한 회사는 포스코 뿐이다. 물론 이사회와 재정·운영위원회 등은 만장일치로 기금 출연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그나마 투명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기울였다는 얘기다.
K스포츠재단이 배드민턴팀 창단을 위해 추가적인 지원을 요청한 데에 대해 거절한 것은 포스코의 달라진 모습을 반영하기도 했다. 권 회장과 황은연 사장, 관련 임원들은 최씨 측근들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순차적으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최순실게이트와 관련해서 민감해하는 데에는 그동안 겪은 정권 관련 각종 게이트에 트라우마를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1968년 4월 포항제철로 창립된 이후 32년만에 민영화하며 포스코는 정부의 손을 떠났다. 하지만 이후 회장들은 정권과 관련한 최규선 게이트(유상부 회장), 세무조사 무마 청탁(이구택 회장), 비리·비자금 의혹(정준양 회장) 등으로 수사 대상이 돼 불명예 하차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임 회장들 체제하에 빚어진 의혹들이 상당했기 때문에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은 포스코로서 큰 무리 없이 난관을 혜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며 “얼마나 파장을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로 3년 임기가 종료된다. 포스코 최고경영자의 임기 연장은 이사회 개최 3개월 전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권 회장은 오는 12월까지 연임 의사를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