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교수들이 서명서에 사인하고 얼굴을 내놓고 시위에 나서기까지 고뇌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학생들을 달래 해산시키는 것이 학생과 학교를 위하는 길인지, 함께 싸우는 것이 바람직한 지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해 집단 행동이 일어나고 총장 사퇴까지 이어졌지만 이런 질문을 해 본다. 만약 소셜미디어(SNS)가 없던 시대였다면 이 모든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을까.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총장과 학생의 소통 방식이 극단적으로 달랐다는 점에 주목한다. 궁금한 점을 묻고 싶은 학교 구성원에게 ‘불통’으로 일관한 소통 방식이 안타깝기만 하다. ‘총장이니까’ ‘교수이니까’ 결정을 통보하고 이에 따르는 방식은 ‘권위’가 아니라 ‘아집’일 뿐이다. 더구나 이제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언제 어디에서 격의없이 만나는 소통 방식이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대학생이 됐다. 이들은 청소년 시절 하루 종일 카카오톡에서 친구들과 시시콜콜 대화를 나눴을 것이고 어쩌면 ‘X세대’로 청년기를 보냈을 부모와도 친구처럼 지내는 그런 대학생이다.
다만 이런 소통의 간극은 비단 이화여대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국민,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간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뉴욕대 언론대학원 교수인 SNS전문가 클레이 셔키는 ‘들리고 쏠리고 들끓다‘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온라인 시대를 맞아 여론의 향방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소셜 네트워킹이 갖고 있는 ‘조직없는 조직활동’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이다. 셔키는 2006년 미국 뉴욕에서 에반이라는 여성이 휴대전화를 분실한 뒤 전화를 습득한 10대 이바나가 돌려주지 않았던 사건에 주목했다. 에반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외면 당하자 웹사이트를 개설해 이 내용을 공개한 사건을 소개했다. 사이트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언론에 보도되며 결국 이바나가 체포된 이 사건을 두고 셔키는 ‘보이는 모든 것을 바꾸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이미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셔키의 책 제목을 한글로 직역하면 ‘모두가 온다(Here comes everybody)’이다. 그 변화는 이제 한국에서도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