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국회는 13개 일반 상임위원회 국감은 끝냈고 21일 운영위의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감사 등 일부만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국감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낙제점이다. 법률소비자연맹과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270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인 ‘국정감사 모니터단’은 국감 성적을 ‘F학점’으로 평가했다. 국감 모니터단이 1998년 15대 국회 말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래 18년 만에 나온 가장 나쁜 성적이다. 지난해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들은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의 D학점보다도 못하다. 여야 모두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보다는 정치 공방만 벌였으니 당연한 평가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처리에 반발해 일주일씩이나 국감을 전면 보이콧했다. 그 때문에 98개 기관은 감사가 무산되고 137개 기관은 야당 중심의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집권 여당이 무책임하게 헌법상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도 잘 한 게 없다. 미르·K스포츠 재단 비리의혹 등 청와대를 겨냥한 정치 공세에만 치중하느라 북한 핵과 지진, 총파업, 경기침체 등 산적한 안보와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뒷모습 오른쪽)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으로 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차은택 영상감독에 대한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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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국감은 정부가 나라 살림을 제대로 했는지, 정책 집행과 운용에 오류는 없는지 등을 면밀히 따지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다. 당연히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굳건히 하고 민생을 돌보는 정책 국감이 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바람은 안중에 없이 무차별 의혹 제기와 폭로, 알맹이 없는 정치 공방, 막말 싸움으로 허송해서는 ‘국감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야는 국민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상시 국감 체제 확립 등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감이 끝난 이후가 더 걱정이다. 국회에는 지금 여당이 주도하는 노동개혁 법안, 규제프리존 특별법 등 경제·민생 관련 법안이 쌓여있다. 야당이 제기한 법인세 인상 안건도 있다. 국감 행태로 미뤄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처리하기보다는 대립과 갈등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내년도 예산안도 여야의 정국 주도권 경쟁에 밀려 누더기 예산이 될 공산이 크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