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통화스와프 '깜짝 재개'…한미는?

  • 등록 2016-08-28 오전 6:00:00

    수정 2016-08-28 오전 6:00:00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 논의를 재개하는 등 다른 나라와의 통화 맞교환 확대 방침을 내세우면서 한미 통화 스와프 재추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8일 “현재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 방향이 맞는다고 보고 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7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1년 반 동안 중단됐던 양국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을 사실상 재개하기로 ‘깜짝’ 합의했다.

지난해 2월 만기가 만료된 통화 스와프를 1년 6개월 만에 다시 체결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한일 통화 스와프는 2001년 7월 협정 체결 이후 약 14년 동안 유지되다가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작년 초 중단된 바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에 한일 통화 스와프 논의 재개를 제안한 것이 한국이라는 점이다. 이날 유 부총리는 “현재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통화 스와프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은) 여러 나라와 많이 하면 할수록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계속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통화 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일정 시점에 교환하는 것으로, 외화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 1997년 외환위기 같은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중국·호주·아랍에미리트(UAE)·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5개국과 양자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한중일 3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이 참여하는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를 통한 다자 간 통화 교환 협정도 유지 중이다. 전체 스와프 협정 체결액은 1200억 달러 규모로, 외환 보유액(지난달 기준 3714억 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이른다.

정부는 앞으로 기재부·한국은행·일본 재무성 등이 참여하는 실무회의에서 통화 스와프 규모와 계약 유효기간·스와프 방식·스와프 통화·인출 기간·금리 등 구체적인 조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일 통화 스와프 규모는 2011년 말 700억 달러로 정점을 찍고 만기 종료 직전에는 100억 달러까지 급감했었다. 최종 통화 스와프 재개까지는 3~4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번 합의로 2010년 초 종료된 한미 통화 스와프 재체결 협상도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유 부총리도 앞서 올해 2월 27일 주요 20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중국 상하이에서 머무르는 동안 “한미 통화 스와프는 다시 체결하는 게 맞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의미가 있다. 필요한 시점이 되면 (미국에) 논의하자고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는 구체적인 추진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시장에서는 한미 통화 스와프 재개 논의가 이번 한일 협정처럼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협정 상대국인 미국이 통화 스와프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 통화 스와프는 2008년 10월 체결됐다가 2010년 2월 계약 유효기간이 만료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 대폭 확대했던 스와프 협정을 차츰 줄여 현재 일본을 비롯해 영국·유럽중앙은행(ECB)·캐나다·스위스 등 5개국과만 약정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의 달러 부족 등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미국으로 옮아올 가능성이 작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외환 보유액·경상수지 등 모든 지표면에서 우리나라 대외 건전성이 요즘처럼 좋은 적이 없었다”면서도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는 장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 능력을 크게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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