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흡연 경고그림 담뱃갑 상단 배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최근 본회의를 열어 흡연 폐해 경고그림 위치를 담뱃갑 상단으로 규정한 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 조항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가 받아들여지면 경고그림 위치는 담배회사 자율에 맡겨진다.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정부 방침에 반대해 온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규개위 권고는 재고돼야 한다. 경고그림 부착은 흡연자에게 혐오감과 경각심을 주어 금연을 유도하려는 의도에서다. 효과를 높이려면 경고그림이 눈에 잘 띄도록 하는 게 당연하다. 하단에 두면 경고그림이 진열대에 가려져 효과가 반감될 게 뻔하다. 규개위 권고는 담배회사의 반발을 의식한 눈치 보기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규개위는 ‘경고그림 상단 배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상단 배치의 효과가 좋다는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경고그림을 도입한 80개국 중 51개국, 63.8%가 상단 배치를 명시했다. 올해 새로 도입하는 21개국 중 18개국도 상단에 넣기로 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경고그림을 위쪽에 두는 게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43.1%(2014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국민 건강과 흡연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금연은 중요한 정책 과제다. 금연정책은 담뱃값을 올리는 가격통제 위주였다. 하지만 지난해 담뱃갑을 2000원이나 올렸지만 담배 세수가 전년보다 3조5608억 원이나 늘어난 데서 보듯 가격 정책은 한계가 있다.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OECD 평균(29%) 수준으로 낮추려면 비가격 정책이 중요하다. 경고그림 도입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관련 법안이 첫 발의된 2002년 이후 14년 만이다. 정부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유해 경고그림의 상단 배치를 관철시키길 바란다. 현재 담뱃갑 면적의 50% 이상인 경고그림 넓이를 캐나다(75%), 호주(95%)처럼 더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