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찾은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세곡보금자리주택지구(강남·세곡1·세곡2지구)는 서울 강남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주변 일대가 한산했다. 동네를 돌아다녀도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편의점이나 커피숍도 찾기 쉽지 않았다.
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 차원에서 내놓은 공공주택이다. 입지가 좋은 곳에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에 분양되면서 2008~2009년 공급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정책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3년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규모 주거단지로 조성이 됐지만 주민생활에 꼭 필요한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5년 만에 인구 10배 늘었지만 기반시설은 전무
이달 현재 이곳은 17개 단지에서 1만 6700여가구가 입주, 4만 8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연말까지 잔여 가구가 입주를 마치면 거주민이 5만 3000여명으로 늘게 된다. 이곳은 개발되기 전 2011년 당시만해도 4700여명 정도가 사는 저층 단독·연립주택 주거지였다. 5년 만에 인구가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세곡 강남지구에 들어선 세곡중학교에는 인근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을 수용하기에도 벅차다. 결국 조금 떨어진 세곡2지구에 사는 학생들은 수서역 인근 수서중학교로 통학을 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3㎞에 불과하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40분이 넘게 걸리기 일쑤다. 이 동네에서 수서역으로 가는 밤고개로는 상습 정체 구간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정부가 개발의 첫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2009년 당시 보금자리지구를 계획하면서 이곳을 세개의 사업지구로 쪼개 개발하기로 했다. 가장 처음 개발 계획을 세운 곳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담당하는 강남보금자리지구다. 이곳은 계획면적 94만㎡에 상주 계획인구 1만 8000명으로 계획이 수립됐다. 이후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세곡1지구(26만㎡)와 세곡2지구(77만㎡) 개발을 담당했다.
주변 시세에 비해 집값 약세…“문의 없고 거래도 뜸”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지역 아파트값은 주변 시세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현재 이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2145만원(부동산114 시세)으로, 강남구 전체 평균(3187만원)보다 3.3㎡당 무려 1042만원이나 낮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 2014년 잠시 집값이 올랐지만 주택시장 호황기였던 지난해부터는 소폭 상승하는데 그치고 있다”며 “매매가가 인근 개포동이나 일원동에 비해 30~40% 정도 싸지만 매입 문의도 적고 거래도 뜸하다”고 전했다.
더욱 문제는 앞으로 기반시설 확충 계획 없고 주택 건립 계획만 줄줄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세곡동에서 수서역으로 가는 밤고개로 우측에는 2810가구 규모의 행복주택 단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또 세곡1지구 4단지 옆과 세곡2지구 근린공원 인근에는 임대주택 90가구와 87가구가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반면 개발 초기 도서관·보건소·문화센터 등의 용도로 계획됐던 공공부지 22곳은 현재 대부분 주택 용지로 매각되고 현재 대여섯곳만 남아 있는 상태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세곡지구의 경우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집값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며 “하지만 강남권에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다는 점에서 직장이 강남권에 있는 실수요자들이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