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악동' 장 폴 고티에 "할머니의 코르셋, 영감의 원천"

佛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내한..6월까지 DDP 전시회
사회적인 틀, 관습 거부하는 독특한 패션 작품 유명
"아름다움은 정형화되지 않아..열린 눈으로 바라봐야"
  • 등록 2016-03-28 오전 6:00:00

    수정 2016-03-28 오전 6:00:00

25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전시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설명하는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어린 시절 부모님이 남자라는 이유로 곰인형을 사주지 않았다. ‘나나’라는 테디베어를 어렵게 구해 웨딩드레스나 원뿔 모양의 브래지어를 만들어 입혀보며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할머니 옷장에서 처음 만져봤던 코르셋, 스타킹의 아름다운 곡선 등은 모두 영감의 원천이다.”

‘패션계의 악동’ 장 폴 고티에는 25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장 폴 고티에전(展)’ 기자간담회에서 디자이너의 꿈을 꿨던 어린시절을 회상했다.

팝스타 마돈나의 원뿔형 브라, 영화 ‘제5원소’의 미래 의상 등 독특한 오트꾸튀르(고급 여성복)로 세계 패션계를 사로잡은 장 폴 고티에가 지난 5년간 열린 월드투어의 마지막 전시이자 아시아 최초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1976년 기성복 사업을 시작한 장 폴 고티에는 기존의 틀을 변형하고, 위반하고, 재해석한 독특한 의상으로 세계 패션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를 처음 패션에 눈뜨게 한 사람은 미용사였던 할머
장 폴 고티에가 한복의 짧은 상의에서 영감받아 만든 드레스
니다. 그는 “할머니는 동네 아줌마들이 찾아와 어떻게 남편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하는 뛰어난 패션 피플이었다”며 “할머니 옷장에 있었던 코르셋이나 스타킹을 처음 만져보며 나도 이처럼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10대 시절 본 ‘빨발라(스커트 끝에 다는 주름)’라는 영화를 보며 오트꾸튀르에 대한 열망을 가졌다. 피에르 가르뎅 등 기성복 업체의 어시스턴트로 시작했다가 결국 맞춤 제작인 오트꾸튀르로 돌아선 이유다.

장 폴 고티에는 “인지도도 없었고,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돈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자는 열망 하나로 혼자 오트 컬렉션을 했다”며 “그런데 첫 컬렉션에서 배우 니콜키드먼을 비롯해 영국에서 온 여성분이 작품을 구입해줬다. 오트꾸튀르에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이후 장 폴 고티에는 기존 관습을 뒤엎는 독특한 옷과 실험적인 패션쇼를 선보이며 세계 패션계에 이름을 날린다. 금발 스웨덴 미녀를 선호하는 다른 패션쇼와는 달리 흑인 여성이나 몸집이 큰 여성을 쇼에 세우고, 박제, 아프리카 가면, 투우사의 볼레로에서 영감을 받은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등 그가 선보이는 패션 영역은 한계가 없다.

그는 “한번은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데 캔의 가장자리가 아프리카 팔찌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작품으로 내놨다”며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원래 용도가 아닌 것으로 상상해볼때 아름다움을 뽑아낼 수 있다. 아름다움은 틀에 박힌 어떤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는 6월30일까지 동대문 DDP에서 선보이는 전시에서도 표정이 움직이고, 말을 하는 3D 프로젝션 마네킹을 비롯해 콘서트 영상, 비디오 클립 등 다양한 오브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장 폴 고티에는 “한국 관람객에게 단순한 의상 전시회를 보고 온게 아니라 한편의 콘서트나 문화적인 공간을 보고 온 듯한 느낌을 주고 싶다”며 “한국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5년에 걸쳐 진행된 전시를 성황리에 마쳐서 너무나도 기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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