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정다슬 기자] 2026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직장인 박서현(39)씨는 이곳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온 토박이다. 그런 그에게도 최근 훌쩍 변한 동네 모습은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베드타운으로 유명했던 노원구는 사라지고, 요즘 낮이나 밤이나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외국인들이 인천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타고 노원으로 직행해 관광을 시작한다는 얘기에 박씨는 또 한 번 놀랐다.
변화는 6년 전 2만석 규모의 아레나급 복합문화공연시설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중랑천과 노원역 사이에 있는 ‘서울아레나’가 들어선 자리는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지하철 4호선 차량의 보관·정비소 역할을 해온 차량기지였다. 그것이 2019년 경기도 남양주시 진전읍으로 이전하면서 개발이 본격화됐고 도봉 창동과 노원 상계동을 문화·관광의 도시로 바꿔버렸다.
|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조감도. 중랑천 왼쪽 흰색 건물이 ‘서울아레나’다. [이미지=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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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13일 오후 4시 지하철 7호선 노원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걷자 확 트인 공간에 카페·음식점·상점·박물관·공연장이 들어선 아레나에 도착했다. 이날 열리는 인기 아이돌의 콘서트를 관람하러 온 중·고등학생들 역시 왁자지껄 떠들며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차지원(43)씨 부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과학전시회를 보러왔다고 했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아예 인근에 호텔을 잡고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공연을 반복해서 보는 ‘회전문 관람’을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민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출퇴근 시간이 짧아졌다는 것이다. 호텔리어 김지숙(29)씨는 “집에서 직장까지 버스로 불과 20분 거리”라며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없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레나 업무지구에 바이오 개발·연구(R&D) 기업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불편한 교통도 동부간선도로가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 지하화되면서 크게 개선됐다.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강남까지 20분대로 이동할 수 있다. 아울러 상계역에서 왕십리를 잇는 동북선 경전철이 만들어지며 대중교통 이용도 더욱 편리해졌다.
입지·교통·학군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지역 부동산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A공인중개사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재건축사업이 최근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며 “재건축조합이 설립된 상계주공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매입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그 덕에 10년 전 3.3㎡당 1178만원(노원구)과 1044만원(도봉구)으로 서울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두 지역의 아파트값도 2000만원 넘게 오르며 남부럽지 않은 수준을 자랑하게 됐다.
(※이 기사는 서울시 개발 계획을 바탕으로 10년 후 노원·도봉구의 모습을 상상해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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