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차들②]코란도·무쏘 지금도 10만대 이상 '씽씽'

단종 10년 이상 올드카 총 53종 명맥 유지
코란도 무쏘 갤로퍼 세피아 등 '눈길'
  • 등록 2015-04-10 오전 1:00:00

    수정 2015-04-10 오전 9:29:5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1983년 탄생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 쌍용자동차(003620) 신화를 써 내려간 구형 코란도. 초창기 신진자동차 지프를 모태로 일본 이스즈와 프랑스 푸조 엔진을 달고 국내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코란도의 파생모델 격인 무쏘 역시 1993년 출시 후 10여년 동안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코뿔소의 순우리말 무소에서 따 온 무쏘란 이름처럼 강인한 남성의 상징이었다.

코란도와 무쏘의 명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단종 11년째인 지금도 각각 16만8781대, 10만9909대가 국토교통부에 등록돼 있다. 실제 도로를 달린다는 의미다. 자동차 DIY 마니아의 전유물이지만 여전히 중고차 시장에는 100만~500만원짜리 구형 코란도·무쏘가 심심치 않게 거래된다.

코란도·무쏘뿐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단종 10년 이상 된 국산 자동차는 총 53종, 112만8529대다. 전체 등록대수의 5.6%, 스무 대 중 한 대다 .

쌍용 코란도 2세대 1983년형. 쌍용차 제공
쌍용 코란도 3세대 1983년형. 쌍용차 제공
쌍용 무쏘 2001년형. 쌍용차 제공
쌍용 이스타나. 쌍용차 제공
‘SUV 명가’ 쌍용 아성 위협한 청년 정몽구 회장

단종된 53종 자동차의 역사를 되짚다 보면 정몽구 현대자동차(005380)그룹 회장의 청년 시절도 엿볼 수 있다. 정 회장은 77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왕성하게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정 회장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012330))에서 본격적인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포니 정’으로 불리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정세영 회장의 몫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가 하지 않던 네바퀴굴림(4WD) SUV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때마침 1987년 전두환 대통령이 제조사마다 생산 모델을 제한한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가 해제됐다.정 회장 주도로 1991년 갤로퍼가 탄생했다.

갤로퍼는 파리-다카르 랠리를 석권한 일본 미쓰비시의 1세대 파제로의 한국형 모델이다. 내수 시장을 석권했고 결국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 한 수가 됐다.

2003년 단종한 갤로퍼는 현재도 8만7560대가 등록돼 있다. 단종 10년 이상 모델 중 코란도와 무쏘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정 회장은 갤로퍼의 성공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싼타모를 내놨다. 일본 미쓰비시 샤리오를 기반으로 개발한 소형 다목적차(MPV)다. 1995년 출시 때부터 2002년 단종 때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지금도 단종 10년 이상 모델 중 6번째로 많은 5만228대가 등록돼 있다.

현대정공 갤로퍼 이노베이션. 현대차 제공
현대정공 싼타모. 현대차 제공
‘굴곡의 역사’ 기아·대우의 상징 세피아와 누비라

기아자동차(000270)(구 아시아자동차)와 대우자동차(구 새나라자동차). 1998년 IMF 외환위기 풍파로 지금은 각각 현대차그룹과 미국 제네럴모터스(GM)의 계열사로 편입됐지만 한때는 현대·쌍용차와 함께 국내외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경쟁자였다.

이들의 역사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델은 세피아(기아차)와 누비라(대우차)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판매한 준중형 세피아는 ‘국산’에 대한 열의가 높던 기아차의 야심작이다. 한국 독자 플랫폼과 디자인으로 개발한 최초 모델이다. 세피아는 단종 16년 차인 지금도 3만7072대(9위)가 등록돼 있다. 해치백 스타일의 파생모델 슈마(6620대·33위)도 있다.

전작인 캐피탈(8200대·30위)의 뒤를 이었던 세피아는 후속작 스펙트라(7만4485대·4위)까지는 기아의 정체성을 유지했으나 2000년 현대차그룹 피인수 후 쎄라토-K3로 이어지며 사실상 현대차와 아반떼(구 엘란트라)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쌍둥이 모델이 됐다.

콩코드(8658대·29위)-크레도스(1만297대)로 이어지는 기아의 중형 세단의 역사도 옵티마와 K5를 거치며 상당 부분 ‘현대화’했다.

대우 엠블렘을 달고 다니는 10년 이상 단종차 중 가장 많이 현존하는 모델은 준중형 세단 누비라다. 1997~2002년 사이 판매돼 지금도 3만6771대(10위)가 등록돼 있다.

대우차의 역사는 기아차보다 더 복잡하다. 1955년 신진공업으로 시작해 72년 GM코리아, 76년 새한, 1983년 대우차, 2002년 GM대우를 거쳐 현재의 한국GM이 됐다.

누비라도 전작 에스페로(1만2382대·24위)에 뒤를 이었고, 2002년 단종 후 GM 인수 후 라세티, 지금은 크루즈로 그 명맥을 잇고 있지만 이전과는 다른 차다. 2011년부터는 아예 대우를 뗀 쉐보레가 됐다.

‘누비라’란 이름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직접 지었다. ‘세계를 누비라’는 뜻이다. 공교롭게 누비라의 후속 격인 크루즈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모회사 GM을 살린 글로벌 베스트셀링 카로 등극했다. 이름은 사라졌지만 어쨌든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기아 비스토 2002년형. 현대차 제공
기아 스펙트라 2001년형. 기아차 제공
건재 자랑하는 단종 20년 차 포니·로얄살롱

단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건재를 자랑하는 모델도 있다. 현대 포니가 대표적이다.

1975년 미쓰비시 랜서를 기반으로 개발한 소형차 포니는 1990년 후속 모델 엑셀로 대체됐으나 단종 26년이 지난 지금도 8665대(28위)가 등록돼 있다. 한때는 수출 선봉장으로, 지금은 중고차 시장의 희귀 클래식 카로 대접받는다.

포니의 후속 모델 엑셀도 1994년 단종 후 21년이 됐지만 여전히 2만2261대(16위)가 다닌다.

로얄 살롱, 슈퍼 살롱 등 대우차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로얄 시리즈도 1994년 단종 이후 22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1만2129대(25위)가 등록돼 있다. 지금의 한국GM이 고급 대형 세단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첫 국산 쿠페로 꼽히는 현대 스쿠프(1990~1995년 판매)도 이제 단종 20년 차가 됐다. 엑셀을 기반으로 첫 국산 엔진인 배기량 1.5ℓ 알파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실험적 모델이다. 지금도 3914대(35위)가 등록돼 있다.

현대차는 이후 티뷰론, 아반떼 쿱으로 그 명맥을 이었다. 더 본격적인 뒷바퀴굴림 쿠페 제네시스 쿠페도 내놨다.

현대 코티나. 현대차 제공
현대 엑셀. 현대차 제공
현대 마르샤. 현대차 제공
기아 세피아 92년형. 기아차 제공
현대 마르샤. 현대차 제공
현대 티뷰론.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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