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 켠으로 내려가다보면 9번가와 10번가 사이 상큼한 주황색 간판이 눈에 띈다. 스타벅스와 작은 바, 음식점들 사이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는 이 가게는 바로 프로즌 요거트 아이스크림, 이른바 ‘프로-요’ 전문점 ‘16핸들즈(16Handles)’다.
6년 전 뉴욕 맨해튼에 처음 입성한 16핸들즈는 뉴욕에 사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들러본 경험이 있을 만큼 확고히 자리잡은 프로즌 요거트 전문점 중 하나다. 뉴욕에는 16핸들즈가 처음 진출했을 당시 수많은 프로즌 요거트 전문점이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16핸들스는 최초의 셀프 서비스 도입과 친환경 제품 도입과 기부, 유대인 율법에 맞춰 만들어진 음식임을 인증하는 코셔(Kosher) 인증 등 차별화로 브랜드 구축에 성공했다. 코셔는 식사에 관한 유대인의 율법이다.
16핸들즈가 뉴욕에서 성공을 거두게 된 배경에는 한국인 청년 사업가 솔로몬 최(34)가 있다. 최 대표는 ‘뉴욕에서 인정받는다면 세계 어디에서나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도전해 현재 성공을 일궈냈다. 미국에서 프랜차이즈를 확대한 것은 물론 이제 중동지역 점령까지 꿈꾸고 있는 최 대표를 지난 18일(현지시간) 맨해튼 시내에서 만났다.
“젤라또 아이스크림으로는 프로즌 요거트 절대 못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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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스타트업 기업에서 영업과 마케팅, 트레이닝, 운영 등 프랜차이즈에 관한 전반적인 경험을 쌓고 많이 배웠죠. 그렇게 일을 하던 중에 일반적인 아이스크림과 달리 건강에 이로운 프로즌 요거트가 천연과일을 기본으로 한 저지방 아이스크림 젤라또를 앞설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최 대표는 이런 생각 끝에 주요 고객층인 여성들을 공략하기 위해 프로즌 요거트 프랜차이즈를 만들되 기존 핑크베리와 차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LA에선 셀프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었지만 뉴욕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터였다. 컨셉을 잡은 최 대표는 아버지 지인이 운영하는 셀프 서비스 프로즌 요거트 매장에서 3개월간 무상으로 근무하며 전반적인 비즈니스 계획을 세웠다.
“어차피 기회는 한 번..뉴욕에서 승부하자”
그가 첫 사업 장소로 뉴욕을 정한 건 처음부터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키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LA는 경쟁자가 너무 많았고 셀프 서비스가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
최 대표는 “부모님과 지인들이 60만달러(약 6억2000만원)의 종잣돈을 모아줬지만 프로즌 요거트 기계값이 워낙 비싸 매장 하나로 승부를 봐야 했다”며 “어차피 기회는 한번 뿐인데 브랜드를 크게 알리려면 뉴욕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과감히 이 곳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그의 도전의식과 자신감은 첫 매장 위치 선정부터 나타난다. 그는 주요 고객층으로 삼은 18~34세 여성을 공략하기 위해 장소를 찾다보니 NYU가 눈에 들어왔다. 대학가 주변이기 때문에 젊은 여성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고 해마다 새로운 고객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9개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되도록 비슷한 업종이 없는 곳을 찾을 법도 하지만 최 대표는 오히려 이 곳에서 도전하자는 생각을 했다.
최 대표는 “기존에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많은 상태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프랜차이즈가 쉽게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더 고급화 전략보다는 우선 ‘맛’에 차별화를 두어 무지방, 저지방, 샤베트, 무설탕 등을 직접 고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맛 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객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매장내 음악 등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16핸들즈의 차별화 전략은 맛 외에 셀프 서비스와 친환경 이미지, 코셔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뉴욕 거주자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대인들도 먹을 수 있는 코셔 인증을 받은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는 뉴욕에서 유일하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프랜차이즈 확대..도전은 계속
16핸들즈가 인기를 끌면서 맨해튼 시내에는 유사한 형태의 프로즌 요거트 전문점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16핸들즈 특징인 녹색과 진분홍빛 스푼, 용기 등을 고스란히 가져다 쓴 전문점도 있다. 16핸들즈는 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사업 컨셉을 ‘당신 방식대로 먹는 프로즌 요거트(Frozen yogurt your way)’에서 ‘당신 색깔(맛)을 뽐내보세요(Flaunt your flavor)’로 바꾸고 ‘컬러 런(Color run)’ 등 각종 이벤트 스폰서에 나서고 있다.
특히 내년 3월에는 카타르 재벌 그룹 아부 이사(Abu Isa)의 전폭적 투자에 힘입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두바이 등 중동지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중동 지역에서만 150개 매장을 연다는 게 목표다.
최 대표는 중동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뉴욕에서 제일 잘 나가는 브랜드라면 무엇을 하든 세계에서 성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뉴욕에서 제일 인기있는 브랜드이고 무엇을 해도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활기차고 적극적이며 전형적인 사업가 스타일인 최 대표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언제였을까.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사업 파트너가 없었을 때가 힘들었다고 답했다. 잠도 못자고 일할 만큼 바쁜 나날이 계속되면서 더 큰 꿈을 꾸기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결국 사업 시작 8개월 뒤 사촌동생을 사업 파트너로 맞이하며 문제는 해결됐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그는 자신 만의 스케줄을 만들어 지키라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도 새벽 5시30분에 기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다. 최 대표는 “늦게 잤다고 해서 늦잠을 자거나 운동을 빼먹거나 한다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고 균형을 지키기도 어렵다”며 “바쁠수록 스케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솔로몬 최 대표는..
한국명 최현덕. 1980년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던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자랐고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목표로 일본계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토다이’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2008년 뉴욕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에서 셀프 서비스 프로즌 요거트 전문점 16핸들즈를 창업했고 현재 미국 내 45개 지점을 갖고 있다. 그의 활약상은 CNBC와 폭스 비즈니스 뉴스, 블룸버그TV 등 여러 미국 미디어에 소개됐다. 그는 평소에 여행과 스노우보드를 즐기는 청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