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저축이 ‘계륵’ 신세로 전락하면서 통장 가입자들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이들이 분양받을 수 있는 전용 85㎡ 이하 공공주택 공급이 적어 청약통장은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해서다. 더구나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을 축소하고 청약제도를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청약저축의 가치는 땅밑까지 추락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약저축 가입자들은 물량이 한정돼 있는 공공주택 청약에 적극 참여하거나, 청약종합저축으로 갈아타는 등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12일 금융결제원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에 공급된 전용면적 85㎡ 이하 공공주택은 773가구에 불과하다. 청약저축 가입자들이 청약할 수 있는 일반분양분이다. 올해 남은 물량 역시 세곡2지구 4단지·6단지 52가구뿐이다.
경기권은 서울보다는 많다. 올해 부천옥길지구 671가구를 비롯해 시흥목감, 화성동탄 등에서 3500여가구(LH공급분)의 공공주택이 분양됐다. 남은 물량은 LH가 분양하는 구리갈매 B-2BL지구(570여 가구), 경기도시공사가 공급하는 ‘위례 자연앤자이이편한세상’(특별공급 포함 1400여 가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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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물량은 적고 청약저축 가입자 수는 많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SH공사가 지난 8월에 분양한 내곡지구 2단지, 6단지는 평균 1순위 경쟁률이 각각 55대 1, 44대 1을 기록했다. 당첨 커트라인은 최소 15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약통장 납입액이 월 최대 1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13년 이상 내 집 마련을 준비한 가구에만 당첨 기회가 돌아간 셈이다.
지난달 LH가 분양한 미사강변도시 A8블록 공공분양도 평균 1순위 경쟁률 11대 1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59㎡(확장형)로 20.5대 1이었다.
앞으로 공공주택 청약경쟁률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9·1 부동산대책을 통해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 중단을 선언하면서 공공주택이 줄 것으로 예상한 청약저축 가입자들이 남은 물량을 분양받기 위해 청약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청약저축을 주택청약 종합저축으로 일원화하고 수도권 1순위 자격을 가입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청약제도 개편안도 청약저축 가입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청약저축 가입자들에게 현실을 직시한 전략적 판단을 주문한다. 당첨 가능성이 있는 청약저축 장기가입자라면 서둘러 청약에 나서고, 당첨권에서 멀다면 민간아파트 청약이 가능한 주택종합 청약저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앞으로 서울은 경기도와 달리 청약저축 가입자가 분양받을 수 있는 공공분양이 거의 없다”며 “서울권에 내 집 마련을 원한다면 주택청약 종합저축으로 갈아타야 한다”고 말했다.
청약저축과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을 모두 보유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장기간 가입한 청약저축을 포기하기 힘들다면 세대주가 아니더라도 가입이 가능한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자격을 확보해 민간 분양 당첨 기회를 노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