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명품시장을 호령하던 수입 고가 브랜드들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소비 위축에도 샤넬과 에르메스 등 초고가 명품은 여전히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구찌·페라가모·루이비통 등 일부 고전 명품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산층 고객 비중이 큰 이들 브랜드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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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상으로는 매장 개편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매출 감소에 따른 사업 축소라는 게 업계 측의 전언이다.
이에 앞서 명품 여행가방 리모아도 2011년 롯데면세점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2곳에 입점한 이후 3년 만에 매장을 철수했다. 발리도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백기를 든지 1년만에 재론칭하면서 매장 수를 13곳에서 2곳으로 줄였다.
소위 1세대 명품 브랜드의 이번 퇴출은 영업 실적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중산층이 지갑을 닫은 데다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병행수입이나 직구가 대중화되고 각종 아웃렛·온라인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제품이 들어오면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들 명품 업체들의 최근 실적은 초라하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페라가모 코리아의 매출은 2011년 972억원에서 이듬해 984억원, 2013년 1119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년새 210억원에서 10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로고만 달면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은 끝났다”며 “과시형 소비보다는 실속 있게 개성을 드러내는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해외 유명 브랜드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