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26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에도 훈풍이 불던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에 최근 들어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매매시장도 5월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전달 대비 반토막나며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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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서울·수도권에 신규 분양한 13개 단지(총 1만8641가구)의 1~3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0.86대 1에 그쳐 전달(1.73대 1)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1순위에서 청약 마감한 ‘완판’ 단지는 한 곳도 없었다. ‘한강센트럴자이’(전용 70~100㎡ 4079가구)는 1~3순위 청약에서 1차 분양분 3481가구 중 절반만 채웠고, 대우건설이 하남 미사지구에 분양한 ‘미사강변2차 푸르지오’ 아파트(전용 93~114㎡ 1066가구)는 8개 주택형 중 절반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세종종합건설이 공급한 ‘시흥 배곧 골드클래스’아파트(전용 65~83㎡)는 1~3순위 청약에서 690가구 모집에 불과 32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또 서울 목동에서 10여년만에 나온 신규 분양 물량으로 관심을 끈 ‘목동 힐스테이트’ 아파트(전용 59~155㎡)는 3순위 청약에서도 전용 84E㎡형과 113A·B㎡형 등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 3~4월 서울 강남·강서구와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등에서 잇따라 분양한 ‘아크로힐스 논현’과 ‘마곡 힐스테이트’, ‘동탄2신안인스빌리베라2차’, ‘동탄2경남아너스빌’ 아파트 등이 1순위 마감 행진을 펼친 것과 대조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여름 비수기가 가까운 계절적 요인과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김포·하남지역에 대규모 물량이 쏟아진 점이 청약 부진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 전·월세 과세 관련 보완 입법을 통해 1순위 청약 조건 완화 등 분양 관련 규제가 풀려야 매매시장과의 동반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3월 이후 계약 반영…5월 서울 거래량 반토막
지난 3월 이후 거래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세에 접어든 서울·수도권 매매시장은 이달 들어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다. 올해 초 시장 상승세를 이끌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관망세가 확산되면서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한 두달 새 최고 7000만원이나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형도 호가가 연초 9억5000만원 선에서 이달 현재 8억5000만~9억원으로 최고 1억원이 내렸지만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치동 금성공인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1층은 8억2000만원 선까지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전·월세 과세 여파로 거래가 뜸하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883건으로 전달(8535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같은 달(7363건)과 비교해도 30% 이상 감소한 수치다. 하루 평균 매매량도 지난달 284.5건에서 이달 187.8건으로 100건 가까이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는 통상 계약에서 거래 신고까지 1~2개월이 걸려 통계에 시차가 존재한다”며 “전·월세 대책 발표 이후 계약된 물량이 이달부터 대거 거래량에 포함돼 감소 폭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안갯속인 전·월세 과세의 범위와 지침이 명확히 정해져야 주택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매매시장 침체가 분양시장으로 옮겨붙는 현 상황을 막을 수 없다”며 “다음달 국회에서 처리될 전·월세 과세 법안의 방향이 향후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