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출상환 능력있는 수요자에 LTV 완화해야

  • 등록 2014-03-31 오전 7:00:00

    수정 2014-03-31 오전 7:0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결혼 2년차 직장인 이모(34)씨는 최근 내 집 마련을 결심했지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란 벽에 가로막혀 고심하고 있다. 이씨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전세금 1억5000만원(대출 4000만원)인 투룸 다가구 주택(전용면적 40㎡)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생겨 좀 더 넓은 집이 필요해지면서 방이 3개인 인근 전용 59㎡형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했다.

문제는 집값(3억5000만원)의 6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는 LTV 규제였다. 이씨 부부의 합산 연봉은 7000만원에 달해 집값의 70%선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더라도 상환에 문제가 없지만, LTV 규제에 가로막혀 비싼 이자를 물고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말부터 취득세 영구 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재건축 용적률 완화 및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부동산 대못 규제를 차례로 제거해왔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인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 규제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들 규제가 시장 과열기에 투기 억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져 지금과 같은 시장 침체 상황엔 불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DTI 규제로도 부채 상환 능력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데도 LTV까지 제한하는 것은 불필요한 중복 규제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도 “LTV 규제가 오히려 비주택담보대출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가 LTV를 10% 내려 대출규제를 강화하면 주택담보대출은 2.7% 감소하지만, 대신 이자 부담이 큰 비주택담보대출이 3.9%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한은 보고서는 LTV 규제가 집값 상승기에는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막아주지만 부동산 침체기에는 집값 하락의 악순환만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생애최초주택 구입자 등 실수요자의 대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DTI를 통해 대출 상환 능력이 검증된 실수요자들에 대해서는 LTV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LTV 완화는 투기 조장이 아니라 실수요자들이 낮은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안정적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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