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먹이사슬 상위 포식자 등장…삵 다섯마리 야생방사

서울대공원, 삵 다섯 마리 시화호에 자연방사
동물원 태생 삵 방사는 국내 최초
시화호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역할 기대
  • 등록 2014-03-21 오전 6:00:00

    수정 2014-03-21 오전 6:00:00

21일 경기 사화호에 방사되는 서울동물원 태생 삵 암컷 세 마리(사진=서울시)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경기 시화호에 고라니 등을 잡아 먹는 생태계 상위 포식자가 서식하게 됐다.

사람의 보살핌을 받으며 태어난 삵(멸종위기종) 다섯 마리가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국내에서 삵을 생태계로 방사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야생에서 포획한 삵이 아닌 동물원에서 태어난 삵이 자연으로 가는 것도 처음이다.

서울동물원은 21일 시화호 상류지역습지에서 ‘야생 최강의 포식자 삵 자연으로 돌아가다’ 행사를 열고 삵을 시화호에 방사한다고 밝혔다.

이날 방사되는 삵 다섯 마리는 암컷 세 마리, 수컷 두 마리로 모두 지난 2012년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개체다. 서울동물원은 현장 답사를 통해 삵을 먹잇감이 풍부한 시화호에 방사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9월부터 살아있는 쥐, 비둘기, 미꾸라지 등을 주며 야생먹이사냥을 익히게 하는 등의 적응훈련과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방사 후에도 위치추적장치를 통해 적응기간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또한 삵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방사 후 삵의 활동 및 이동경로, 야생 적응력 등 생태조사를 향후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진행해 다른 동물의 야생 방사에도 참고할 예정이다.

삵은 우리나라에 서식해온 호랑이,표범,스라소니 등 고양이과 맹수 중에 하나다. 학계에서는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는 남한에서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삵은 이들이 사라진 먹이사슬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는 야생 최강의 포식자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보르네오, 인도, 수마트라, 대만, 필리핀, 중국 등지에 서식하고 있다.

삵은 배는 흰색에 가깝고 두 눈 사이에는 흰점이 뚜렷하며 몸의 길이는 53~65cm, 몸무게는 3~6kg이며, 꼬리는 24~27cm나 된다. 평균수명은 약 15년 정도다. 주로 저녁에서 새벽까지 활동하는 야행성이나 간혹 낮에도 활동한다. 수영을 즐기며 나무 위도 잘 오른다. 달리는 속도는 시속 48km 정도다. 습지, 산림지대, 야산 등에 서식하며 설치류, 노루의 새끼, 멧돼지, 조류 등을 잡아 먹는다.

서울대공원은 현장조사를 거쳐 쥐를 비롯해 조류, 물고기 등 삵의 먹잇감이 풍부한 시화호 갈대숲을 방사장소로 정하고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지난 11월 방사허가를 받았다.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둘러싸인 시화호는 70년대부터 계획된 인공호수로, 총면적은 482.94㎢이다.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사화호에 생태계 상위 포식자로서 조절자 역할을 하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 없어 고라니, 멧돼지 등의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늘었다”며 “이에 따른 농가와 주민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실정이어서 삵의 방사로 균형 있는 먹이사슬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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