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스펙 쌓고 있니? 난 굿 컴퍼니 간다"

스펙보다 인성·열정·능력을 평가하는 '굿 컴퍼니'
"사람은 수단이 아닌 목적"
  • 등록 2013-05-16 오전 6:10:54

    수정 2013-05-16 오전 6:10:54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우리나라 청년 대다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취업을 선호한다. 근로조건이 우수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대졸 구직자의 69%가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선호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러나 실제 이들 기업에 취업하는 대졸자는 약 25% 수준에 불과하다.

구직자들의 고학력·고스펙화로 일자리 미스매치가 구조화되면서 청년층의 고용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20대 고용률은 55.8%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대비 2.3% 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직자들이 다양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좋은 기업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작지만 강하고, 우수한 사내 문화와 복지제도를 갖춘 착한 기업 ‘굿 컴퍼니’를 선정해 공개하고 있다. 굿 컴퍼니는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지향하는 가치를 실행하고 창조하는 기업이다.

사장이 전 직원에 옷 선물…‘핸드스튜디오’

핸드스튜디오는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대표적인 ‘굿 컴퍼니’다. 이 회사는 국내 애플리케이션 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 2010년 국내 최초의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기업으로 시작, 회사 창립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핸드스튜디오 직원들이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가장 열심히 쇼핑해 멋진 옷을 골라 입은 직원은, 직원 투표를 통해 상품권을 받는다. (사진제공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이사는 직원의 행복과 성장이 곧 기업의 성장이라는 신념 아래 국내에서 보기 드문 각종 복지제도를 도입했다. 결혼지원금과 출산지원금을 각각 1000만원씩 지급한다. 회사의 성과는 직원과 공유한다. 반기별로 기업 이윤을 공개하고 직원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한다. 때마다 대표이사가 전 직원들을 이끌고 백화점을 방문해 옷을 선물하기도 한다.

자유롭고 가족적인 기업 문화를 자랑하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이 있다. 다른 직원에 대한 험담과 직원 간 다툼은 퇴사이유가 될 수 있다.

핸드스튜디오의 인본주의는 사내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핸드스튜디오 직원은 입사와 동시에 반드시 1명의 아동을 후원해야 한다. 후원금과 선물비용 등은 회사가 부담한다. 사랑을 주는 것만이 직원들의 몫이다.

핸드스튜디오는 인재채용에 있어 학력 등의 스펙과 나이, 성별 등을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는다.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이미 확보하고 있거나 가능성이 잠재해 있는 사람. 꿈을 품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인재상이다.

회사관계자는 “이러한 조건을 갖췄다면 학교에 재직 중인 학생이라도 채용한다”며 “졸업 전까지 학업과 일을 양립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말했다. 현재 핸드스튜디오는 신입사원을 모집 중으로 이번 주 금요일 서류접수를 마감한다.

꿈의 기업 ‘이스트소프트’…고속 성장의 비결?

구직자의 스펙보다는 열정과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이스트소프트(047560)다.

이스트소프트 본사를 방문한 특성화고 재학생에게 마대용씨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이스트소프트)
이스트소프트에서 카발온라인 클라이언트 개발을 담당하는 프로그래머 마대용(20)씨. 그는 작년 1월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모 방송사의 ‘꿈의 기업 입사 프로젝트, 스카우트’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프로그래머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학교와 회사의 배려로 오전에는 학업을, 오후에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8개월의 인턴 생활과 3개월의 수습 기간을 마쳤다. 이어 올해 3월 정규직으로 발령, 프로그래머의 꿈을 이뤄나가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1993년 설립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 알집, 알씨, 알송 등의 알툴즈 시리즈로 더욱 유명하다. 이스트소프트는 알툴즈 시리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온라인·모바일 게임, 포털사이트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하며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2005년 100명도 안 되던 직원은 어느덧 400명을 넘어서는 등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스펙보다는 능력과 열정을 중요시하는 인재 선발 시스템과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기업 문화가 고속 성장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스트소프트는 직원을 채용할 때 영어점수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평가하지 않는다. 프로그램 개발자 및 소프트웨어 기획자의 경우 직무에 대한 관심도와 준비 여부, 관련분야에 대한 동아리 활동 등을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그렇다고 실력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인성과 열정도 주요 평가항목이다.

이스트소프트는 대표이사와 직원 간 소통이 활발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김장중 대표는 직원들의 생일을 모두 자필카드로 챙기는 등 직원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표현하고 있다. 직원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 이념은 사내 복지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오전엔 아침 식사대용으로 토스트를 오후에는 간식을 제공하며, 전날 야근을 한 직원은 다음날 2시간 늦게 출근한다. 대졸 신입사원의 초봉은 업계 평균 이상(3000만원 수준)으로 근로조건도 양호하다.

강영임 이스트소프트 팀장은 “직원들이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급여까지 대표이사가 세심하게 챙기고 있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직원들과 소소한 것까지 소통을 하다 보니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한 전 직원의 교류도 활발하다”며 “이는 우리 회사의 바람직한 기업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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