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관의 어이없는 연예인 홍보대사 경쟁

  • 등록 2012-11-16 오전 7:00:00

    수정 2012-11-16 오전 7:00:00

공공기관이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면서 수억원에 이르는 모델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확인된 공공기관중 63곳이 홍보대사를 위촉했으며 이중 7곳이 억대의 모델료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복권 홍보대사인 이승기씨에게 2년간 5억7000만원을 지급했고 농림수산식품부는 슈퍼주니어에게 3억8000만원, 원더걸스에게 3억7000만원을 홍보대사를 맡는 대가로 지급했다. 이밖에 통계청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대한주택보증 등도 억대의 돈을 써가며 유명 스타들을 홍보대사로 써왔다.

공공기관들이 너나없이 기관홍보에 나서며 기왕이면 널리 알려진 톱스타를 내세우고 싶은 욕심이 생기다 보니 저절로 관련 지출이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들 기관이 값비싼 유명 스타를 꼭 써야할 정도로 홍보할 내용이 있는지도 의문이고 부실한 재정이나 공기업의 경영난을 감안할 때도 어울리지 않는 행태다.

대부분 사람들은 공공기관의 홍보대사라고 하면 유명 스타들이 무보수 명예직을 수행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돈을 벌려는 일반 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은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좋은 일’에 스타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유명 스타들에게도 빠듯한 시간을 쪼개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보람있는 일일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호감을 줄 수 있어 결코 손해되는 일이 아니다. 실제 국세청을 비롯해 국가인권위 통일부 국가보훈처 대한적십자사 등 21곳은 별다른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유명 스타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하지만 홍보대사가 행사용 또는 임명장 수여용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홍보대사라고 하면 자신이 알려야 하는 대상의 목표와 가치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이에 걸맞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얼굴 마담’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홍보대사는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자신의 뜻과 일치하는 공익활동으로 여기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본래의 취지에도 부합된다. 정부는 앞으로 홍보대사 위촉과 관련한 무분별한 세금낭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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