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30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
#2 =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이은수(48·가명)씨는 재활 치료를 두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담당 의사는 500만원이 넘는 척수마비 환자 전용 휠체어를 구매하라고 요구했다. 휠체어를 구매하지 않으면 퇴원을 강요한다는 주변의 말을 듣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모으고 있다.
수천만원이 넘는 비급여 항암제와 휠체어 등 의료기기의 구매를 강요하는 대학병원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비급여 치료를 거부하면 입원 기간을 단축하거나 재입원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서울의 A대학병원 B교수는 29일 “매출 증가와 대학병원 교수의 힘은 뗄래야 뗄수없는 관계”라며 “매출 압박이 심한 대학병원 의사들이 환자에게 비급여 치료를 강요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 중증 환자들이 접속해 고민을 주고받는 인터넷 커뮤니티 ‘암과 싸우는 사람들’ ‘백혈병 환우회’ 등에는 하루가 멀다고 비급여 치료를 강요받고 있다는 사연이 수십건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는 대학병원의 경우 매출의 많고 적음이 월급 봉투 두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비급여 치료를 강요하는 또다른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의 월급의 10% 가량은 실제 매출에 따른 인센티브로 알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월 발표한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7%로 2009년(64%)보다 1.3%포인트 낮아졌다. 비급여 비중의 증가가 건강보험 보장률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C대학병원 D교수는 “해마다 보험료가 인상돼도 보험 혜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비급여 횡포가 규제를 받지 못하면 서민 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