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의 도넘은 비급여 횡포..서민 가계 파탄으로

  • 등록 2012-03-30 오전 6:00:00

    수정 2012-03-29 오후 5:54:59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30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1 = 전이성 대장암 4기인 김철수(52·가명)씨는 담당 의사의 권유로 1회에 400만원이 넘는 항암제를 사용하고 있다. 살인적인 치료비는 그러나 300만원 가량이 보험 혜택이 없는 비급여 진료비로 분류됐다. 완치까지 6번의 항암제를 투여해야하는 김씨는 2000만원을 훌쩍 넘은 치료비에 한숨부터 내쉬고 있다.

#2 =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이은수(48·가명)씨는 재활 치료를 두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담당 의사는 500만원이 넘는 척수마비 환자 전용 휠체어를 구매하라고 요구했다. 휠체어를 구매하지 않으면 퇴원을 강요한다는 주변의 말을 듣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모으고 있다.

수천만원이 넘는 비급여 항암제와 휠체어 등 의료기기의 구매를 강요하는 대학병원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비급여 치료를 거부하면 입원 기간을 단축하거나 재입원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서울의 A대학병원 B교수는 29일 “매출 증가와 대학병원 교수의 힘은 뗄래야 뗄수없는 관계”라며 “매출 압박이 심한 대학병원 의사들이 환자에게 비급여 치료를 강요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 중증 환자들이 접속해 고민을 주고받는 인터넷 커뮤니티 ‘암과 싸우는 사람들’ ‘백혈병 환우회’ 등에는 하루가 멀다고 비급여 치료를 강요받고 있다는 사연이 수십건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병원에서 비급여 치료를 강요하는 이유는 실적을 중요시하는 병원 경영진의 압력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대학병원 전문의들은 매주 교수회의에서 치료비 실적을 보고하고 있다. 과목별, 교수별로 꼼꼼하게 세부 내용이 적혀 있기 때문에 치료비 실적 압박에서 의사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오고 있다.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는 대학병원의 경우 매출의 많고 적음이 월급 봉투 두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비급여 치료를 강요하는 또다른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의 월급의 10% 가량은 실제 매출에 따른 인센티브로 알려졌다.

이를 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항목은 급여 항목뿐이다. 비급여 항목의 경우 적정성 심사가 일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월 발표한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7%로 2009년(64%)보다 1.3%포인트 낮아졌다. 비급여 비중의 증가가 건강보험 보장률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C대학병원 D교수는 “해마다 보험료가 인상돼도 보험 혜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비급여 횡포가 규제를 받지 못하면 서민 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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