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 기름 물쓰듯…고(高)유가 부채질

넘치는 오일 머니에 내수 늘자 수출량 줄여
일부 수출국은 5~10년내 수입국 전락할 판
  • 등록 2007-12-10 오전 7:50:53

    수정 2007-12-10 오전 7:50:53

[조선일보 제공] 오일 머니로 경제를 살찌운 산유국들이 ‘기름 먹는 하마’로 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원유 수출국들이 고유가에 힘입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국내 원유 소비가 급등하기 때문. 그 결과 원유 수출 능력이 줄어, 세계 원유 시장에 또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값싼 기름값 정책도 한몫

바레인·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1인당 원유 소비량이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새로 닦인 도로에는 차량이 넘쳐나고 집과 기업의 에너지 수요도 가파른 상승선을 긋는다. 러시아 농부들은 요즘 마차 대신 4륜 구동 차량을 모는 게 유행이다. 멕시코도 10년 새 차량 수가 두 배로 뛰었다.
 
쿠웨이트인들은 몇 주간 휴가를 떠나면서도 에어컨을 그냥 켜둔다. 열사(熱砂)의 땅 UAE는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는 실내 스키장과 골프장을 운영한다. 정부의 유가 보조금 정책에 따른 값싼 기름값은 소비를 부채질한다. 사우디·이란·이라크에선 휘발유가 갤런(약 3.78?)당 30~50센트(약 280~460원)에 불과하다. 휘발유값(갤런당 7센트)이 물보다 더 싼 베네수엘라에서는 자동차 판매가 4년 새 3배로 뛰었다.









◆원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이런 추세라면, 주요 산유국들의 국내 원유 수요는 10년 안에 지금의 두 배에 달하면서 세계 원유 공급량은 하루 250만 배럴 가량 줄게 된다는 것이 캐나다 투자은행인 CIBC 월드마켓츠의 분석이다.
 
5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노르웨이·이란·UAE만 해도 작년에 원유 내수가 전년보다 5.9% 늘어났고, 수출은 3% 이상 줄었다. 원유 수출국이었던 인도네시아는 3년 전에 수입국으로 돌아섰다. 5년 안에는 멕시코가, 10년 후면 이란·알제리·말레이시아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CIBC는 지적한다.

◆수급 변화 따른 유가 불안 우려

앞으로 10년간 예상되는 산유국들의 소비량 증가분은 현재로선 세계 원유 수요의 약 3%에 불과하다. 따라서 당장 세계가 원유 고갈에 직면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로 인한 유가 불안.
 
세계 원유 시장은 추가 생산 능력이 거의 없어, 사소한 수급 변화에도 가격이 요동친다. 2002년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의 총파업으로 세계 원유 생산의 3%가 줄었을 때 유가는 몇 주 만에 26%가 뛰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캐나다의 오일샌드(자갈·모래가 섞인 원유)와 같은 비재래식 자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지금까지 원유 시추가 허용되지 않았던 지역에 대한 개발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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