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신당이 당명을 ‘열린우리당’으로, 약칭을 ‘우리당’으로 정하면서 ‘우리당’이 어느 당을 가리키는지 헷갈리는 해프닝이 연발하는 등 정치권이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28일 경기도지부 후원회에서 “우리당의 대선자금 문제는 ‘대검 중수부에 갈 데까지 가면서 수사하라’고 하고 있다”고 말하자, 당직자들도 우리당이 한나라당인지 열린우리당인지 모르겠다고 헷갈려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24일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우리당은 총선자금도 수사하자고 하는데…”라고 묻자, 정색을 하고 “지금 말한 우리당은 민주당이냐, 신당이냐”고 되물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열린우리당 김원기 준비위원장조차 26일 광주전남추진본부발족식에서 자기 당을 ‘열린민주당’으로 부르는 것이 TV화면에 잡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27일 “우리당(민주당)은 우리당(신당)이 가져간 우리당(민주당) 경리장부 일체 반환을 촉구했으나 우리당(신당)은 못들은 척하고 있다”는 항의성 논평을 내기도 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당 회의 때마다 ‘우리당’ 혼선 때문에 회의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라며 “우리 사회의 의사소통에 대단한 혼선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 당명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내년 총선 때 우리 구호 중 하나는 ‘신당은 배신당’이라는 것인데, ‘우리당은 배신당’이라고 해야 할 처지”라며 “민주당은 ‘우리당’ 당명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혼란 때문에 한나라당은 공식 성명이나 연설에서도 ‘열우당’이라고 부르고 있다. 민주당도 그래서 ‘열린우리당’을 ‘노무현당’이라고 부르는 것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서영교 공보부실장은 “당내에서는 해프닝 때문에 당명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만족하는 분위기”라며 “당명을 바꿀 이유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우리당이란 당명이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은 많지만, 정당법상 우리가 이를 제약할 근거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