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몸의 언어로 풀어낸 공허는 어떤 모습일까.
| 모므로살롱 이가영의 ‘비수기’ 한 장면(사진=류진욱 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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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므로살롱 이가영의 ‘비수기’(2024년 7월 12~1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채우려고 하지만 채워지지 않고, 끊임없이 비워지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공허함과 공간성을 조명한 작품이다. 비수기에 접어든 두 남녀를 통해 공간 안에 남아 있는 흔적과 시간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탐구한다.
이 작품은 임대, 공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안무가 이가영은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동네에서 눈에 띄게 많아진 빈 건물과 임대 현수막을 보며 영감을 받았고, 전 세입자는 나가고 아직 새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은 공간에서 받은 특별한 느낌을 무대 위로 옮겼다.
끊임없이 채워지고 비워지기를 반복하는 공실은 해소되지 않은 공허함을 가진 우리네 모습과 닮아있다. 비어 있음은 그다음의 시간을 기대할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시간의 해체로도 해석될 수 있다. 마지막 철거장면에서 펼쳐진 듀엣은 아주 긴 공허의 여운을 남긴다.
| 모므로살롱 이가영의 ‘비수기’ 한 장면(사진=류진욱 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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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공실이 난 공간에 남은 흔적과 관계성을 촘촘하게 직조하며 공허의 감정을 조명한 작품.”(김혜라 춤비평가), “젠트리피케이션과 반복되는 공실, 그 빈 공간이 남기는 현존과 부재의 흔적을 두 남녀의 무의미한 관계적 몸짓으로 녹여낸 작업.”(김명현 무용평론가)